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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Jul 17. 2021

어느 여름날 저녁

오늘 저녁은 정말 간단히 먹을 작정이었다. 다용도실에 있는 오븐으로 조리 가능한 메인 요리 하나에 생야채를 드레싱도 곁들이지 않고 먹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예정보다 늦게 퇴근한 남편이 지칠 대로 지친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점심도 못 먹고 일을 했다는데, 힘든 하루였음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그 순간, 무슨 이유 때문인지 요리에 쏟는 나의 정성과 노력에 비례하여 그의 피로가 소거될 것처럼 느껴졌다. 일단 그의 손에 마실 것을 쥐어주고 웍에 튀김 기름을 올리고, 도토리묵과 야채를 썰고, 팬에 파 기름을 내기 시작했다. 튀기고, 무치고, 볶고. 왔다 갔다 동동거리기를 한참, 어쨌든 저녁을 푸짐하게 잘 먹었다. '튀김은 하는 게 아니었어.’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며 후회와 함께 피로가 몰려왔지만 말이다. 남편은 먼저 자러 들어가고 나는 책 보고, 그림 그리며 나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 옆에 누였다. “얘들아, 나 글쓰기 숙제 아직도 못 했어. 그런데 너무 피곤해. 흐엉.” 엄살을 부렸다. 큰 아이가 곁에 다가와 등을 두 번 톡톡 두드리더니 말했다. “엄마, 그럼 내가 엄마 숙제 대신해줄까? 주제가 뭐야?” 물었다.  30초 고민하고 감사히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하여 두둥 대리 작성된 ‘여름’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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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과일

        -김라윤
  

여름엔 무슨 과일을 먹을 수 있을까?

생각나는 건 수박 밖에 없어

태율아, 니가 아는 여름 과일은 뭐뭐 있니?

복숭아! 


엄마가 알고 있는 과일은? 참외, 자두, 살구, 포도, 앵두...

와, 엄마는. 정말 많은 과일은 알고 있네.

그런데 라윤아, 여름 과일은 왜?

아, 그거? 여름 과일을 다 맛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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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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