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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Jul 15. 2021

갈색빛

새벽 4시 반, 세상이 온통 파란 시간에 잠에서 깼다. 양치를 하려고 화장실로 들어가다가 거울 속 내 얼굴과 마주쳤다. 나이와 변화가 새겨진 얼굴, 그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 얼른 양팔을 내려다 보고는 뿌듯함 비슷한 것을 느꼈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숲으로 쏘다녔고, 갈색빛으로 그을린 피부를 갖게 되었다.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을 떠올리게 하는 갈색빛, 단단한 느낌을 주는 색이었다.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은 뉴욕에 살던 지식인 부부로 미국 버몬트와 메인으로 이주해 일하고, 놀고, 공부하며 대안적 삶을 살았다. 스무 살 무렵 나는 그 삶의 기록인 세 권의 책, <조화로운 삶>, <조화로운 삶의 지속>, <아름다움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읽고 나만의 ‘소박하지만 조화롭고 만족스러운’에 대해 많이도 고민을 했다. 모든 것이 희미해지고 남은 단 하나의 기억. 책에 삽입되어 있던 흑백 사진 속 노년의 니어링 부부는 깊은 숲 아름드리나무 같았다. 굵어지고 단단해지고, 세로로 가로로 갈라지고, 느리게 움직이지만 중심이 바로 선 오래된 나무. 흑백에서 발견한 짙은 갈색빛은 그렇게 ‘잘 살아낸 삶’을 상징하는 색으로 마음속에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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