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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Feb 15. 2022

흥미진진 버스 드라이빙

“이모, 버스 운전하는 건 어때?”

“흥미진진하지.”

초등학생인 조카가 물어왔을 때 나는 그렇게 답하고 스스로에게 놀라고 말았다. 나는 편도 50.85km, 왕복 101.7km를 오가는 간선급행버스 5002A번 버스기사다. 하루에 강남역과 에버랜드를 9번 왕복한다. 사실 운전 일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출, 퇴근 시간의 교통체증이다. 버스전용차로가 있다고는 해도 배차시간을 맞춰야 해서 늘 쫓기듯 버스를 몬다. 

“이모가 모는  버스는 인기가 많아서 타려는 사람이 엄청 많아.”

“진짜?”    

“비 오는 월요일 아침에는 정말 최고지. 버스 타려고 사람들이 줄을 쫙 서있어.”

“우와, 신기하다.”

“그리고 알지? 이모 하루에도 몇 번이나 에버랜드 가는 거.” 

“아잉, 좋겠다. 나도 에버랜드 가고 싶은데.”

조카의 반응에 장단을 맞추다 보니 불명확했던 생각들이 갑자기 선명해졌다.

“매일 똑같은 길을 왔다 갔다 하지만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어. 그날의 날씨, 길의 상황, 버스에 누가누가 탔나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지지.”

“예를 들면?”

“음… 이모는 운전만 하는 게 아니야. DJ이기도 하고, 사랑의 메신저이기도 하고, 말동무이기도 하고, 또 가끔은 여행 가이드이기도 해. 생각해보니까 이모가 하는 일 진짜 많다. 어휴, 이 얘기 다 하려면 끝이 없겠다. 이모 이제 2층 버스 모는 거 아나?”

“와, 완전 대박! 몰랐어!”

“방학 때 이모 버스 타러 와. 이모가 사람 구경 제대로 시켜줄게.”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돌아서서 잠시 생각했다. 어쩌면 나,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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