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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Feb 25. 2022

가까이 멀찍이

고양이의 날

I. 고양이의 날

8월 8일은 고양이의 날입니다. 고양이들이 가희네 집으로 갑니다. 성큼성큼 턱시도 고양이, 자박자박 고등어 고양이, 살금살금 치즈 고양이, 통통통통 삼색털 고양이, 겅둥겅둥 얼룩 고양이, 총총총총 카오스 고양이, 나풀나풀 검은 고양이. 한 잔 하러 갑니다. 마당 위에 총총이 놓인, 계단 졸졸이 놓인 우유 한 잔 하러 갑니다. 할짝할짝. 너도 한 잔, 나도 한 잔. 한 잔 비우고 나면  햇살에 사르르 잠이 옵니다. 식빵 모양 고양이, 동그라미 모양 고양이, 까꿍 모양 고양이, 만세 모양 고양이, 잠잠이에게 갑니다. 잠잠이 고양이 꿈을 꾸러 갑니다. 


II. 색동 목걸이

살곰살곰 아빠가 고양이 목에 목걸이를 답니다. 손목에다 빨주노초파남보 색동 목걸이 겹겹이 끼고 턱시도 고양이 목에 하나, 고등어 태비 목에 하나, 치즈 태비 목에 하나, 하나하나 고양이 목에 목걸이를 답니다.  츠빗츠빗, 디디디디, 개개개개갯 피유, 하하호호 새들이 날아오릅니다. 아빠가 수상하다. 쏘아붙이듯 가희는 아빠를 쳐다봅니다. 

“그 촌스러운 목걸이는 뭐야?”

고양이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지요. 

“새랑도 사이좋게 지내라고.” 아빠가 손목에 색동 목걸이를 흔들며 속삭입니다.

“그럼 나도 할래.” 

가희랑 아빠랑 고양이 목에 목걸이를 답니다. 박새랑 참새랑 뱁새랑 뻐꾸기랑 모두 모두 날아와 가만히 구경을 합니다.


III. 무서움

쿵쿵 대문 앞에서 유나는 발을 구릅니다. 유나 뒤에 소율이가 유나처럼 쿵쿵 발을 구릅니다고양이  마리가 폴짝  위로 올라섭니다유나랑 소율이랑 손을 붙잡고 고양이를 쏘아봅니다. 

“우리 들어갈 거니까 비켜줘.” 

고양이도 유나랑 소율이를 쏘아봅니다. 

“알았어. 하지만 예의를 지켜줘." 

담 너머로 고양이가 폴짝 사라집니다. 유나랑 소율이는 등을 펴고 큰소리로 외칩니다.

“가희야, 노올자!” 


IV. 인사

니아 옹 니아옹

니아옹 니아옹

고양이가 웁니다. 모두 가고 남은 고양이 네 마리가 번갈아 웁니다. 해가 머리꼭지 위에 따가운 마당에 가희가 가까이 앉아 고양이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천천히 가희는 두 눈을  깜박입니다. 고양이들도 천천히 눈을 깜박입니다. 


쿵쿵 쿵쿵

고양이 네 마리가 몸을 웅크립니다. 

쿵쿵 쿵쿵

고양이 한 마리가 살피러 갑니다.

“니아옹, 유나랑 소율이가 왔어.”


대문으로 유나가 들어옵니다. 소율이도 뒤따라 들어옵니다. 둘은 멀찍이 서서 가희와 고양이들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니아옹 니아옹

니아옹 니아옹

고양이가 웁니다. 모두 가고 남은 고양이 네 마리가 번갈아 웁니다. 해가 머리꼭지 위에 따가운 마당에 세 아이가 서서 고양이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니아옹, 가희가 따라 웁니다. 니아웅? 유나가 따라 웁니다. 니아옹! 소율이도 따라 웁니다. 가희는 햇살을 깔고 앉습니다. 유나도 햇살을 깔고 앉습니다. 소율이도 그럽니다. 고양이 꼬리가 살랑 흔들립니다. 아이들도 다 같이 손을 들어 “안녕?” 인사를 합니다. 가까이 멀찍이 앉아 고양이들은 아이들과 인사를 합니다.  가까이 멀찍이 앉아 아이들은 고양이들과 인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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