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비둘기, 그리고 내리는 빗줄기

by 윤소정


보통 수업이 있는 날이면 수업 한 시간 전쯤 스튜디오에 도착한다. 요가복으로 갈아입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청소용 막대에 먼지제거용 부직포를 끼우고, 마루의 선을 따라 막대를 밀며 걷는 일이다. 이 때 서두름 없이 천천히 걷는 게 중요한데 분주함에 익숙한 나의 마음도 하나의 기억 덕분에 이 일만은 제법 성공적으로 느리게 해낸다.


나의 언니는 내가 미국서 공부하다 방학이 되어 한국에 들어올 때면 나를 언니가 다니는 요가원에 데려가곤 했다. 방문 기간도 길지 않고 약속이 많아 어려울 것 같다고 해도 어떻게든 데려갔다. 추운 겨울 어느 날인가는 요가원에 들렀다 친구를 만나러 가라며 아침 일찍 요가원에 데려갔다. 우리가 요가원에 도착했을 때는 요가원 오픈 시간 전이었다. 다행이 선생님께서는 일찍 나와 청소를 하고 계셨다. 이제 막 난방을 해서 아직 추울 거라고 난로 옆에 앉아있으라고 일러주시는 선생님께 너무 일찍 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언니와 나는 청소를 돕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내 마음 정돈하려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라고 거절하셨다. 이 사람 예의를 차리려고 그러는 게 아니었다. 마치 그곳에 오직 바닥과 자신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긴 막대걸레만 존재하는 것처럼 유유히 바닥을 닦았다. 그 정성스러움이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바라본 움직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막대걸레를 집어들 때마다 재생된다.


바닥을 다 닦았다. 며칠째 천둥, 번개, 비바람이 거세 빈틈없이 내려놓은 블라인드를 걷고 창문을 열었다. ‘빗소리가 좋구나, 공기도 시원해!’ 창문 밖으로 고개를 살짝 내민다. 건너편 건물 난간에 앉아 있던 비둘기와 시선이 마주친다. 비를 피하는 중이니? 비둘기가 고개를 갸우뚱 한다. 너 참 예쁘구나. 빗방울이 튀었는지 비둘기가 한 걸음 물러나 다시 자리를 잡고 앉는다. 나와 비둘기, 그리고 내리는 빗줄기만 존재한 내 생의 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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