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환경공무관의 하루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새벽 같이 하루를 시작했다.
내 근무지에는 오래된 빌라가 유독 많다.
겉으로 보기에도 외벽이 낡았고, 주변이 더럽다.
그 중에는 유독 새 것 같은 빌라가 하나 있다.
완전 신축은 아니지만, 이 동네에서는 새거다.
토요일 새벽에는 비슷한 시간대에
제네시스 G80이 한 대 온다.
차주는 60대 쯤 되보이는 어르신인데,
주차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과 손녀를 태우고 어디론가 간다.
그 분은 나를 보면 항상 한 마디 하신다.
"새벽부터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보이는 사람들이
실제로 더욱 예의가 있으시고 점잖으시다.
괜히 여유있어보인다.
짧은 말인데 항상 기억에 남는다.
근데 오늘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중에 내 자식이 자식을 낳을 때
노동으로 돈을 벌지 않고 시간적 여유가 있고,
좋은 차를 타고 손주를 보러갈 수 있을까?
나는 지금 경차를 타고 있다.
그리고 일할 때는 리어카를 끌고 다닌다.
제네시스랑 리어카.
자동으로 비교가 된다.
저분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저 차가 전부일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 순간 그냥 부러울 뿐이다.
그리고 살짝 한탄하기도 한다.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지..
환경을 지키고,
도시를 깨끗하게 만들어야지.
같은 말이 틀린건 아니지만
내 속마음 깊은 곳에서는
해야 하니까, 돈 벌어야 하니까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상상하는 노후의 모습에
닿기 위해서는 지금의 월급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요즘은 자꾸 발전을 생각한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경제 관련 책을 읽고 듣고,
주식을 하기도 하며
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쓴다.
블로그에도 쓰고, 브런치에도 쓴다.
일기같은 나의 이야기들을 쌓는다.
내 꿈은 나의 이야기로 책을 내고, 강연을 하는 거다.
길거리를 청소하던 사람이
삶과 인생에 대해 얘기하는 것.
요즘엔 의식적으로 비교 대신 방향을 보려한다.
저 어르신의 차를 부러워하는 대신,
내가 어디까지 가고 싶은지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일했고,
오늘도 책을 조금 읽었고,
글을 썼다.
지금은 리어카를 끌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
다가가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오늘도 거리를 깨끗히 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