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환경공무관의 하루
환경미화원에게 설 연휴는 당일 하루짜리 이벤트이다.
연휴는 3일이나 되지만, 나에게는 당일 하루만 쉰다.
직장인 시절에는 긴 연휴가 다가오면
굉장한 설레임이 함께 찾아왔다.
대체공휴일이 붙는지, 징검다리 휴무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때의 나는 명절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명절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연휴 기간이라고 해서 쓰레기가 배려해주지 않는다.
양보와 타협은 없다.
쓰레기는 그냥 배출될 뿐이다.
나는 속으로 되뇌인다.
명절이니까 조금 쉬엄쉬엄하자..
하지만 쓰레기의 양은 쉬엄쉬엄 나오지 않는다.
역대급이었다.
진짜로 역대급이었다.
첫 번째 집결지를 보면 안다.
와 이거 쉽지 않겠다.
그래도 어째.
치워야지.
이쯤 되면 생각이고 뭐고 없다.
그냥 생각없이 정리하는거다.
왜 이렇게 많은지 탓하면 힘들다.
아 그냥 많구나 하고 그냥 해버려야한다.
명절이라는 특수했던 감정은 뒤로 접어둔다.
Just Do It.
Just Do It.
나의 하루는
거창한 사명감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대신 이런 마음으로 한다.
"어차피 내 할 일이다."
"내 구역은 내가 정리한다."
특별한 감동도 없다.
대신 묘한 안정감은 있다.
쓰레기가 많아도, 결국엔 줄어는 안정감.
내가 움직이고 내가 열심히하면 줄어든다.
동네 아파트 입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날의 플랜카드는 펄럭이고 나는 쓰레기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