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테이프, 느림의 미학

30대 환경공무관의 하루

by 삼스클

하루는 일하다가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발견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고, 안에 감긴 테이프는 살짝 풀려있었다.


요즘에는 레트로나 감성카페에 볼 법한 흔하지 않은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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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래 듣는 걸 어렸을 때 부터 좋아했다.


힙합, 알앤비, 발라드, 일렉, 하우스 등

장르는 크게 가리지 않는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는

하루가 빠르게 흘렀다.


출근해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바로 회의에 들어가고,

외부 미팅을 다니고,

점심 먹고 복귀하고

또 보고서나 문서들을 수정하고,


퇴근 시간 쯤 되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하루가 그냥 빨리감기 버튼을 누른 것 처럼 빠르게 쭉 흘러갔다.


그땐 빠른게 좋은 건 줄 알았다.

뒤처지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요즘엔 리어카와 함께 거리를 걷는다.

리어카가 무겁다 보니 속도를 내기 어려워

적당한 속도로 천천히 돈다.


물론 빠르게 가야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나의 호흡에 맞게 걷는다.


카세트테이프로 노래를 들을 때는

다시 듣고 싶은 노래가 있거나

테이프를 모두 돌렸을 때 되감기 버튼을 눌러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불편했지만, 더욱 소중했고 더욱 기억에 남았다.


요즘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다보니

오히려 아날로그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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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를 사고, 필름카메라를 쓰며 느림의 미학을 즐긴다.



너무 빠른 세상에 지쳐 조금은 천천히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도 그랬다.



나는 아직도 방향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경제 책도 읽고, 투자도 하고, 글도 쓴다.



여전히 더 나아지고 싶고 단단해지고 싶다.



근데 오늘은 방향만 잘 잡고있다면

조금은 느려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어카를 끌고 노래를 들으며, 상상 속 카세트 테이프를 켰다.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하루가 천천히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빠르게 살기에는 인생이 조금 아깝다.


오늘은 조금 느리게 즐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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