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환경공무관의 하루
겨울에는 눈을 맞으면서 일을 하곤 했었는데
올해 들어 처음으로 비를 맞으면서 일을 했다.
비가 조금씩 추적추적 내리다가
꽤나 많은 양에 비가 내렸다.
옷, 신발, 장갑 할 것 없이 축축히 젖었다.
작업을 하다보면 방수가 되지 않는 장갑이라,
빗물이 그대로 스며든다.
장갑의 강도는
처음에는 말캉말캉한 정도였다가,
시간이 지나면 묵직해진다.
복귀 후 장갑을 벗었는데
손이 퉁퉁 불어 있었다.
주름이 하얗게 올라와서
한동안 물에 담갔다 꺼낸 손처럼.
그걸 보면서 괜히 웃음이 났다.
회사를 다닐 때는 비가 오면 짜증부터 났다.
출근길이 막히고,
바지 밑단이 젖고
우산이 있는지 항시 확인해야 했다.
비는 그냥 방해물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비가 오면 동네 냄새가 달라진다.
아스팔트의 진한 냄새가 올라오고,
묵었던 먼지가 씻겨 내려간다.
나는 그걸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이다.
이 일은 날씨를 몸으로 겪는 직업이다.
해가 뜨거우면 바로 안다.
오늘은 물을 많이 챙겨야 겠구나.
바람이 세게 불면 안다.
오늘은 날림 쓰레기들이 많겠구나.
비가 오면 안다.
이제 겨울이 가고 있구나.
사무실 안에서는
달력으로 계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나의 손과 발이 먼저 안다.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다.
젖은 장갑은 차가워지고
퉁퉁 부은 손은 둔해진다.
쓰레기의 냄새도 모두 흡수한다.
근데 이상하게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이상한 해방감도 들었다.
나는 창문너머로 비를 본 게 아니라
온 몸으로 받으며 움직였다.
나는 날씨 한가운데 있었다.
예전엔 성장이라는 말을
연봉이나 직급으로만 생각했다.
요즘엔 다르게 생각한다.
계절을 다 겪고 자기 자리에 서 있는 것.
비를 맞고도 다음 날 다시 일을 하는 것.
퉁퉁 부은 손으로 다시 장갑을 끼는 것.
이게 어쩌면 조용한 성장 아닐까.
오늘 손은 불었지만
마음은 단단해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