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환경공무관의 하루
3월 3일 늦은 저녁에 개기월식이 있고
큰 보름달을 볼 수 있다는 기사를 봤다.
그 날은 구름이 많아 하늘을 몇 번 올려다봤지만
결국 보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일을 하다가 문득 그 기사가 생각이 났다.
괜히 고개를 들어 달을 봤다.
사진으로 잘 담기지 않지만 꽤 컸다.
붉은 기도 조금은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드라마 나의아저씨의 OST, Dear Moon이 떠올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fJ2VwO88Eno&list=RDfJ2VwO88Eno&start_radio=1
잠깐 쓰레기 정리를 멈췄다.
리어카를 세워두고 이어폰을 꽂았다.
노래가 시작되자 길가의 소음이 조금은 멀어졌다.
이 일을 하면서 현실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
월급, 노후, 방향, 투자, 목표 같은 계산적인 생각들 말이다.
근데 이 순간만큼은 오랜기간 잠들어 있던 감성이 조금은 꿈틀거리는 느낌이었다.
유난히도 밝고 크던 달빛 때문인지
유난히도 좋아했던 노래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내 기분탓인지 모르겠다.
노래를 다 듣고 다시 쓰레기 정리를 했다.
현실은 그대로다.
주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는 여전히 담배꽁초가 곳곳에 있다.
그래서 어제 담배꽁초가 많이 모이는 장소에 작은 깡통 하나를 놔뒀다.
"여기에 버리세요"
말없이 놓아둔 신호였다.
오늘 보니 그 깡통안에 꽁초가 수북했고, 근처는 비교적 깨끗했다.
길바닥 대신 제 자리를 찾은 듯 보였다.
그걸 보는데 괜히 기분이 좋았다.
대단한 변화는 아니다.
세상이 갑자기 깨끗해진 건 아니다.
근데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나아졌다.
밝은 달 하나가 고개를 들게 하고,
노래 한 곡이 잠깐 사람을 멈추게 하고,
작은 깡통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걸 바꾼다.
나는 여전히 리어카를 끌고 있다.
이 일이 나를 단단하게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아직은 말랑한 부분도 남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