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일

30대 환경공무관의 하루

by 삼스클

나는 아침을 여는 사람이다.

직업적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새벽부터 일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람을 끄고 5분만 더...를 외칠 시간에

나는 이미 밖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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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아직 조용하고,

가로등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고,

늦게까지 하는 가게의 불빛만 환하다.


이 시간에 돌아다니면

세상이 아직 덜 깨어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일을 시작하는 순간

나는 잠깐 다른 사람이 되려 한다.


인간 삼스클은 잠시 내려놓고

환경공무관 삼스클로 전환한다.


출근 버튼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빗자루를 잡는 순간 자동으로 모드가 바뀐다.


대기업과 외국계기업을 다닐 때에는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는게 시작이었다.


지금은 골목을 한 바퀴 도는 게 시작이다.


물론 힘든 순간도 있다.

유난스럽게 쓰레기를 널부러뜨린 사람들과

바람이 거세게 불어 쓰레기가 날리기도 한다.


가끔 속으로 중얼거리기도 한다.


"쉽지 않네..."


근데 그런 생각은 잠시 하고 바로 치우는 데 몰입한다.


생각해보면 일이라는 게 다 그렇다.


거창한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냥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는다.


세상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거대한 변화를 만들지도 않는다.


그냥 내 구역을 깨끗하게 정리한다.

어제보다 더 깨끗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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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을 시작하면 동네의 아침을 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밤 사이 쌓인 것들을 정리하고 나면 사람들이 하나둘 나온다.


출근하는 사람, 학교가는 학생, 강아지 산책시키는 주민

등등.


그때쯤이면 나는 이미 청소중이다.


청소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해가 올라와 있다.


그 해를 가만히 바라본다.


괜히 뿌듯한 감정이 가끔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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