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식염수의 비밀

미네랄 균형의 중요성

by 자유로


혹시 병원에서 생리 식염수액을 맞아보신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응급실에 가면 보통 혈관을 확보하고자 수액을 연결한다.

이때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0.9% '정상 생리' 식염수이다.


여기서 말하는 식염수의 '식염'이 바로 중성염인 순수 NaCl,

즉 통상적으로 table salt라고 불리는 것이다.


정제염 내지는 식염이라고 불리는 이 NaCl 9g을 물 991g에 녹여서

농도가 0.9% 로 만든 것을 '생리' 식염수라고 부른다.


1890년대 네덜란드의 생리화학자 Dr. Hartold Jacob Hamburber(1859–1924)는 이 용액이 인간 혈청과 유사한 어는점을 가지며 적혈구 용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이유로 Hamburber 박사는 이를 '중성 액체(indifferent fluid)'라고 명명하였다.


생리식염수.jpg


시간이 흘러 이 용액은 명확한 과학적 근거 없이 오늘날 흔히 사용되는 '정상 생리식염수(normal saline, NS)' 또는 '생리학적 식염수(physiological saline)'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명칭은 생리식염수가 ‘정상적이며 생리학적이다’라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결과적으로 임상에서 무분별한 사용을 조장했다.


오늘날 생리식염수는 다양한 질환에 처방되며 여전히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수액 중 하나이다.


1. '생리식염수'는 생리학적이지 않다

‘정상(normal)’ 또는 ‘생리학적(physiological)’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생리식염수는 실제로는 생리학적인 용액이라고 하기에 어폐가 있다. 인간 혈청(혈액에서 적혈구, 백혈구 및 혈소판과 같은 혈구를 제외한 액체 성분)과 비교하면, 생리식염수는 나트륨 농도가 약 10% 더 높고 염소 농도는 무려 50%나 더 높다.


생리식염수와 혈청 비교.jpg Normal serum 이 혈장이고 saline 이 생리 식염수를 칭함. 나머지는 균형 수액들




2. '생리식염수'는 몸을 산성으로 만든다 (대사성 산증 유발)


생리식염수는 만들 때부터 대략적으로 산성(pH 5.4)을 띤다. NaCl과 3차 증류수, 즉 순수한 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이론적으로 중성염을 중성의 물에다가 녹이면 중성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생리식염수는 중탄산과 같은 완충 역할을 하는 물질이 없다. 그래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들고 탄산을 형성함에 따라 약산성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긴 소금물이 중성이라고 한다면 절대로 전기가 흐를 수 없겠지만 아시다시피 소금물은 전기가 무척 잘 통하지 않는가? 참고로 설탕과 알코올은 전기를 통하지 않는다. 또한 다들 아시겠지만 pH 7 은 전압이 0 mV이다. 전압이 0 mV인 상태에서는 전류의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산도와 전압은 근본적으로 같은 개념이다.)


pH를 얘기함에 있어서 Stewart의 산-염기 균형 이론을 빼놓을 수가 없다. pH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는 강전해질 간 차이(SID, Strong Ion Difference)이며, 이는 완전히 해리된 양이온(예: 나트륨, 칼륨, 칼슘, 마그네슘)과 음이온(예: 염소, 락테이트, 케톤산, pKa 4.0 이하의 유기 음이온)의 농도 차이로 정의된다.


SID = 양이온들의 합 – 음이온들의 합

정상 혈청에서는 pH가 7.4이며,
SID는 약 40 mmol/L 수준


정상 혈청(pH 7.35~7.45)의 SID는 약 40 mmol/L 수준이다. SID가 증가하면 산-염기 평형이 대사성 알칼리증으로, 반대로 감소하면 대사성 산증으로 이동하게 된다.


0.9% 생리식염수 주입 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SID saline.jpg


생리식염수에는 오직 Na⁺ 154 mmol/L, Cl⁻ 154 mmol/L만 포함된다. 이는 정상 혈청의 Na⁺ 140 / Cl⁻ 100 mmol/L에 비해 특히 Cl⁻가 과도하게 많다. Na⁺와 Cl⁻가 같이 증가하더라도, Cl⁻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하므로 결과적으로 SID가 감소하게 된다.


SID.jpg

SID는 혈액 내 전기적 균형과 관련된 양전하와 음전하의 차이를 나타낸다. SID가 낮아지면, 즉 음이온(Cl⁻)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 이 전기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몸은 수소이온(H⁺)을 더욱 많이 생성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혈중 [H⁺] 농도 증가함에 따라서 혈중 pH 감소가 감소하여 대사성 산증이 유발된다.


혈장 내 음전하(Cl⁻)가 많아지면, 이를 전기적으로 중화하기 위한 양전하가 필요하다. 가장 간단하고 빠르게 조절 가능한 양이온은 바로 수소이온(H⁺)이다. 따라서 [H⁺]가 증가하며 전기적 평형을 이루지만, 이는 pH를 낮추게 함으로써 산증을 초래한다.



생리식염수를 사람에게 정맥 주사하면 세포 외 환경의 산-염기 상태의 교란이 생기며, 특히 2L 이상대량으로 주입될 경우 고염소혈증(hyperchloremia)을 초래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우리 몸의 혈중 pH는 7.35–7.45로 매우 정밀하게 조절 관리된다. 생리식염수 자체의 pH가 낮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혈중 pH를 즉시 5.4로 떨어뜨리진 않지만 대량 주입 시 몸의 완충 범위를 초과해 버리면 '대사성 산증(metabolic acidosis)'을 유발할 수 있게 된다.


염소(Cl⁻)는 세포외액에서 가장 풍부한 음이온으로 산-염기 균형뿐 아니라 삼투압, 수분 분포, 근육 활동 조절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염소는 세포외액 삼투농도의 약 1/3, 혈청 내 음이온 전하의 약 2/3를 차지하며, 따라서 세포밖에 있는 양이온과 전하 균형을 맞추는 데 가장 중요한 음이온이다.


고염소성 산증은 칼륨(K⁺)을 세포 밖으로 이동시키는데, 이는 세포 밖으로 수소이온(H⁺)의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나타나게 된다. 세포는 혈중 수소이온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 이를 세포 내로 이동시킨다. 세포막의 전기적 평형과 삼투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양이온인 K⁺는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칼륨은 대부분(약 98%)이 세포 내에 존재하며 세포 외에는 극히 소량만 존재하므로, 소량의 세포 외 유출도 혈중 칼륨 농도를 의미있게 증가시켜 고칼륨혈증(hyperkalemia)을 유발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고칼륨혈증은 부정맥을 야기할 수 있다.



3. 생리식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생리식염수와 인간 혈청 사이의 생화학적 차이는 여러 임상적, 병리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상 성인에게 균형 수액(혈장과 전해질 조성 및 산-염기 균형이 유사하도록 설계된 수액제, 위 표에 나온 예들 참조) 대신 생리식염수를 다량으로 정맥 주입하면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복부 불편감, 팽만, 통증, 메스꺼움, 졸림, 인지 기능 저하

고염소성 대사성 산증

첫 배뇨까지 시간 지연, 소변량 감소


수술 중 생리식염수와 락트산 링거액(LR)을 비교한 무작위 연구들에서는, 생리식염수 투여군에서 고칼륨혈증, 수혈, 중탄산염 치료의 필요성이 더 높았다. 추가 연구들에서는 생리식염수로 인한 고염소성 산증이 다음을 유발했다고 보고한다

위 점막 혈류 및 위 내 pH 감소

장 기능 회복 지연 및 합병증 증가로 병원 재원 기간 연장

심근 수축력 감소 및 강심제에 대한 반응 저하

위장관 출혈 환자에서 출혈 악화로 인한 수혈 증가


또한 Mayo Clinic의 입원 환자 분석(미발표 데이터)에서는 입원 후 48시간 이내 생리식염수 과량 투여로 인한 Cl⁻ 상승이 입원 중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고 보고 한다. 결론적으로 생리식염수 주입은 Cl⁻ 상승을 유발하며, 이는 건강한 성인과 중환자 모두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4. 생리식염수 과량 주입은 수액 공급을 넘어 신장 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


생리식염수 과다 투여는 신장 간질 부종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혈관 압박을 발생시켜서 국소적 혈류 감소를 유발한다. 간질은 세포와 혈관 사이의 공간으로 세포 외 공간의 일부이다. 이곳은 혈액 속 수분이 모세혈관을 통해 빠져나와 일시적으로 머무는 곳으로, 주로 콜라겐 섬유와 같은 결합조직, 세포 간 지지 구조물, 그리고 조직액(간질액)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질 공간.jpg intracellular fluid 세포내액, Interstitial fluid 간질액, blood plasma 혈청, 간질액과 혈청을 세포외액이라 한다.



생리식염수 주입으로 신장 조직 부종이 생기고,
이로 인해 신장 미세혈관이 눌리며 혈류가 줄어든다.





renin 분비.jpg


0.9% 생리식염수 주입으로 인한 Cl⁻의 불균형적 증가와 고염소혈증성 산증으로 인해서 염소 이온(Cl⁻)은 사구체(혈관)에서 여과되어 신세뇨관(tubule, 요로)으로 이동한다. Macula densa 세포를 통해 Cl⁻ 신호가 수입소동맥(afferent arteriole)으로 전달되어 혈관 수축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사구체 여과율(GFR)이 감소하며 소변 생성량도 줄어든다.


또한 국소 허혈은 신장 혈류 감소를 의미하므로, Juxtaglomerular 세포가 이를 감지하고 레닌을 분비한다. 레닌이 분비되면 안지오텐신 I 이 안지오텐신 II로 전환되는데 이 것이 바로 RAS(레닌-안지오텐신계)이다. 결국에는 전신 혈관 수축(혈압 상승), 알도스테론 분비 증가로 K⁺ 배출 증가와 Na⁺와 수분 재흡수 증가로 이어지고 수분 정체, 부종 악화, 사구체 여과율(GFR) 저하 등과 같은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


5. 생리식염수 좀 더 주의깊게 사용되길...

보다 안전하고 생리학적으로 균형 잡힌 수액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리식염수(saline)는 여전히 가장 흔히 사용되는 수액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생리식염수가 균형 수액보다 우수하다는 연구는 사실상 없으며, 오히려 염소 함량이 높은 수액(예: 생리식염수)은 신장 기능 저하와 생존율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차고도 넘친다.


생리식염수는 분명 '정상적이지도, ' '생리적이지도' 않다. 만일 생리식염수를 투여한다면 이는 약물 처방과 동일한 수준의 주의와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 한 가지 실험이 있다.


세 구획으로 수조를 동일하게 나누어 각각 천일염, 정제염, 바닷물의 염도를 정확히 맞춘 후 줄돔을 넣었다. 실험시작 30분이 되기도 전에 정제염 수조 속의 줄돔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였고 결국 1시간 40분 만에 모두 죽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바닷물과 천일염을 넣은 수조 속 줄돔들은 별다른 변화 없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 실험을 통해서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우수하다고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제염이 인체에 좋고 생물 친화적인가?' 하는 질문에 분명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정제염만 있는 생리 식염수에 대해서 보았듯이 이는 인간뿐만 아니라 물고기들에게도 분명 좋지 않아 보이니깐...


이 실험은 생물의 원활한 생리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균형있는 미량의 미네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참고 문헌>

1. Awad S, Allison SP, Lobo DN. The history of 0.9% saline. Clin Nutr. 2008;27(2):179–188. doi: 10.1016/j.clnu.2008.01.008.


2. Stewart PA. Modern quantitative acid-base chemistry. Can J Physiol Pharmacol. 1983;61(12):1444–1461. doi: 10.1139/y83-207.


3. Scheingraber S, Rehm M, Sehmisch C, et al. Rapid saline infusion produces hyperchloremic acidosis in patients undergoing gynecologic surgery. Anesthesiology. 1999;90(5):1265–1270. doi: 10.1097/00000542-199905000-00007.


4. Wilkes NJ, Woolf R, Mutch M, et al. The effects of balanced versus saline-based hetastarch and crystalloid solutions on acid-base and electrolyte status and gastric mucosal perfusion in elderly surgical patients. Anesth Analg. 2001;93(4):811–816. doi: 10.1097/00000539-200110000-00003.


5. Li H, Sun SR, Yap JQ, Chen JH, Qian Q. 0.9% saline is neither normal nor physiological. J Zhejiang Univ Sci B. 2016 Mar;17(3):181-7. doi: 10.1631/jzus.B1500201. PMID: 26984838; PMCID: PMC479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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