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적으로 존재하는 '선호'라는 경향성
혹 꿩고기를 접해본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아직도 지방에 가면 종종 눈에 띄는 꿩요리 전문점이 있다.
어린 시절 꿩 샤부샤부를 먹어보고는 상상과 달리 꿩요리가 정말 별미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치맥을 즐겨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 앞에 닭을 비하하거나 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단지 꿩대신 닭이란 속담처럼 과거 조상들에게 꿩은 매우 귀하고 값비싼 식자재였고 닭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흔하고 구하기 쉬웠을 것이다. 하기사 그건 지금도 그렇다.
이 말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실용주의적 태도이다. 원하는 목표나 물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시기적으로/자원적으로/환경적으로 여의치 않을 때 ‘있는 것’으로 일단 처리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상적인 대상을 구할 수 없을 때, 조금 질이 떨어지더라도 가능한 대안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의미로 ‘없으면 말고’ 식이 아니라 ‘우선 해결하고 본다’는 적극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완벽을 고집하기보다 일단 문제를 해결해 놓고 여유가 생긴 뒤 보강한다는 실용적 접근이다.
이런 실용성과 적극성은 우리 몸의 미네랄 활용에서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 몸은 생물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특정 원소를 선호한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금속 효소(metallo-enzymes)가 존재하는데 각각의 효소는 최적의 작용을 위해 특정 미네랄을 필요로 한다.
이때 사용하는 미네랄을 '선호 원소'라고 부르며, 2순위, 3순위의 원소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영양 기능이 있는 원소를 미네랄이라고 하며, 특정 화학적 성질을 가진 것을 금속이라고 한다. 원소는 주기율표에 있는 모든 원자들을 말하며 이 중에서 C, H, O, N을 제외한 나머지 원소들을 미네랄이라고 부르고 이들 중 주요 미네랄의 대부분은 금속 원소이다. 편의상 필자의 브런치에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면 원소, 미네랄, 금속이라는 단어들을 구분 없이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효소 작용의 최적화된 효율을 위해 선호 원소가 몸에 있다면 당연히 가장 먼저 사용한다. 하지만 이 원소가 부족하거나 없다면 꿩대신 닭이란 말처럼 그다음으로 선호되는 것을, 그것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3번째로 선호되는 것을 이용하게 된다.
이렇게 '선호 순위'가 다른 원소들이 사용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 어떻게 서로를 대체할 수 있는가?
그것은 그들이 서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 것을 분자 모방(molecular mimicry)이라고 부른다. (생물학에서는 면역 회피라든가 자가 면역 질환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나온다. 무언가가 받아들여지고 흡수되려면 서로 비슷해야 가능하다.)
주기율표에서 같은 족(group)에 속한 원소들이 비슷한 화학적 성질을 보이는 주된 이유는 바로 이들 원소가 같은 개수의 최외곽 전자(valence electron)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덜 선호되는 대체 미네랄은 전자껍질의 전자 수, 원자량 또는 기타 화학적 특성이 이상적 미네랄과 유사하여, 효소나 수송체가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도록 허용한다. 화학적으로 유사한 구조는 생리적으로도 어느 정도 비슷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이때 2순위는 1순위를, 3순위는 1순위나 2순위 원소로 대체가능해진다.
꿩대신 닭이란 말도 따지고 보면 그 둘이 비슷해 보이기에 생긴 말이 아니겠는가?
비슷해야 대체가 가능하다.
1순위 원소가 부족할 때 신체는 어쩔 수 없이 2, 3순위 원소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 것이 악수로 작용하는 때가 있다.
보통 이러한 대체 작용은 인체의 중요한 백업 시스템이다.
즉 없을 때 마지못해 하는 격이다.
그런데 ‘독성 금속’으로 분류된 중금속과 같은 원소들이 2순위나 3순위에 있을 때 어떨까?
이상적이거나 선호되는 미네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때,
우리 몸이 효소 결합 부위나 기타 조직에서 덜 선호되는 미네랄 형태나 화합물을
대신 사용하여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 작동 기제는
중금속과 같은 '독성 금속'이 체내에 축적되는 원리이기도 하다.
이런 대체가 일어나면 금속 이온을 (조효소로) 필요로 하는 효소들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작용을 계속할 수 있어
신체 기능을 어느 정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한다.
문제는 충분한 효능이 발휘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연을 필요로 하는 효소에 카드뮴(cadmium)이 아연 결합 부위를 차지하면
그 효소는 원래 기능의 50% 또는 심지어 10% 정도만 작동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연 황산염(zinc sulfate)을 필요로 하는 효소는
아연 산화물(zinc oxide) 형태로도 어느 정도 기능하지만 황산염 형태만큼 효율적이진 않다.
그러나 그 정도의 효소 활성만으로도 생명을 유지하고
최소한의 생리적 기능을 유지하는 데 충분하다 판단하면
몸은 그런 차선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상황에 따라서
선호 원소 대체로 인한 효소의 활성도가 떨어지는 순간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렇게 불충분한 효소 활성은 결국 대사 문제로, 노화로,
그리고 모든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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