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챙기기

가장 근본적인 것은 무엇인가?

by 자유로

우리는 어느 한 곳의 문제를 그곳에 국한된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병원에 가면 여러 분과가 존재한다.


머리가 아프면 신경과나 신경외과를 가고

귀에서 소리가 나면 이비인후과를 간다.

소변보는 것에 문제가 있다면 비뇨의학과를 찾는다.


매우 직관적이다.

분명 이렇게 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효율성에 기인한다.


의사가 환자를 한 개인으로서의 인격체로 온전히 바라보며

진료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산업 혁명을 견인한 컨베이어 벨트의 작업을 보면 효율적인 업무 분담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알게 된다.

분업화와 전문화란 사조로 한 섹터에서 하나의 작업만을 줄곧 담당한다.


컨베이어 벨트.jpg


이런 단순함과 효율성은 어느덧 우리 사고에 깊이 자리했다. 그리고 이 것은 사람을 보는 방식도 그리 만들었다.


환자의 문제 중 가장 해결을 요구하는 것을 주호소(Chief Complaint)라고 한다. 병력 청취 후 그 환자가 해결코자 하는 문제에 가장 부합되는 해당 진료과를 보게 한다.


한 가지 문제에 한 가지 확실한 해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인간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주호소는 말 그대로 환자가 제일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인데 이게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인 사람들이 많다. 또한 그렇게 얘기한 주호소가 환자가 얘기하는 해당 장기의 문제가 아닐 때도 많다.

이러한 복잡성과 괴리는 환자와 의사 모두를 종종 매우 곤혹스럽게 한다.


한 50대 남성분이 옆구리 통증이 있다 없다 하며, 소화도 안되고, 열도 나며, 소변보는 것도 시원치 않다고 했다. 이런 사람은 어디서 진료를 보는 것이 좋을까?


필자의 경우 비뇨의학이란 과목을 전공으로 하는데, 비뇨라고 하는 것은 소변이 만들어져서 나오는 장기들과 연관된 학문이다. 소변이 시원치 않게 나온다고 했으므로 비뇨의학과에서 입원을 하고 진료를 보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옆구리 통증이 있으니 통증의학과에 가보는 게 좋을까? 아님 신경외과나 정형외과를 가는 게 좋을까?

소화 문제는 소화기 내과로, 열도 나니 감염 내과를 가야 하나?


물론 종합병원이나 규모가 있다면 특정과에 가서 진료를 하고 문제 발견되면 해당과에 진료를 의뢰하게 된다.


하지만 병원의 진료 체계를 모르고 방문한 환자는 매우 혼돈스러울 것이다. 여러 분과 중에서 어디를 가야 할지 막막하다. 빨리 뭔가 진료를 보고 적절한 처치와 설명을 받고서 안심하고 싶은데 뭐가 너무 많아 보인다. 병원을 찾아가서 의사를 보면 의사가 알아서 다 얘기해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 검사를 했더니 혈당이 높아서 당뇨가 의심되니 내분비 내과 선생님과 얘기해보라 하고 통증은 신경외과에 가보라고 한다. 비뇨의학과를 가서 열이 난다 했더니 여기서는 열을 보지 않는다며 딱 잘라 얘기한다. (설마 이렇게 말했을까 싶지만 너무 정확하게 듣고 기억하신다 하셔서 말을 이을수 없었다.)


제삼자인 필자가 봐도 너무 갑갑한데 당사자인 환자는 얼마나 막막했을까 싶다.


이 일은 실제로 가까운 지인이 겪은 이야기이다.


이런 일이 아직도 일어날까? 하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데 아직까지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병원의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편리를 위해서 마련되었지만 '폭삭속았수다' 에 나오듯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큰 허들처럼 작용한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애순과 관식'같은 분들이 많이 있고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병원씬.jpg


한 직업인으로서, 그리고 또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의사 역할도, 환자 역할도 겪어 보았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반복되는 일을 기계적으로 해나가는 직원들의 고충도 너무 이해가 된다.

또한 현재 몸상태에 대해서 전문가에게 확인하고 싶은 환자들의 마음도 너무나 공감한다.


현재 의료 시스템은 의료 제공자의 편의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분명 일을 분류하여 관리하기에는 효율적인 시스템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순차적으로 이동시켜 각 부품을 조립하듯 만들어 낼 수 없다. 인간의 몸을 나누어 보는 분별력뿐만 아니라 가급적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유기체로서 각 장기들의 연결성과 기능적인 부분을 함께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의사들도 그러한 사고에 익숙지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지금의 의학은 기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잘 진단하고 그에 맞게 치료를 하려고 한다. '정상적인 변이'를 벗어난 문제를 구조적으로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여 수술적 치료나 약물 치료 및 방사선 치료와 같은 처치를 시행할 수 있다.


분명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각 문제에 대해서 구조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이 분명히 확인되어야 하고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확실하게 짚어나가는 것이 전문가들의 역할이다. 어느 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면 우선 그곳부터 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외상으로 피부가 찢어지거나 출혈이 심하다면 봉합을 하거나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다와 같이 개연성이 크고 명확한 인과 관계가 있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우리 몸의 복잡한 연결성을 무시해서는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에 다가가기 어렵다.


주호소와 같이 한 가지 증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증상을 유발한 원인은 하나의 장기, 하나의 질환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앞서 언급한 지인 남성분의 이야기처럼 옆구리 통증, 열, 배뇨 이상, 소화기 증상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신우염, 요관 결석, 전립선 문제, 심지어는 대장 질환이나 척추질환까지 감별해야 할 대상이 된다. 만약 이분이 요관 결석이 있어서 소화 문제나 배뇨 문제가 동반되었으며 옆구리 통증도 발발했고 열도 발생한 것이라면, 그래서 결석 치료를 잘 받고 호소하던 문제들이 모두 개선되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환자와 의사 모두 불필요한 감정 소모와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이러지 않은 경우도 매우 많다. 요로 결석에 부합하는 증상들을 호소하지만 정작 아무런 구조적 이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물론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는 각 과의 전문가들이 환자 증상 및 징후를 보고 해당과가 아닌 문제를 타과 전문의에게 의뢰하여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렇다 해도 환자는 각 과를 돌며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추가적인 검사와 처치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원인을 찾아내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경우 '당신은 불편하겠지만 검사상 당신의 몸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란 말로 안도를 삼으며 귀가하기 마련이다. 불편한데도 돈을 내면서까지 몸에 이상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오는 이 상황... 큰 병이 없으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뇨의학과에 소변을 잘 보지 못해서 오신 분이 있다. 수년 전부터 점점 소변보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소변 줄기의 힘이 약해지고 잔뇨감이 계속 있고 화장실도 자주 간다고 한다.


비뇨의학과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면 거의 대부분 전립선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검사를 해보고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약물 치료를 해보자고 한다. (검사해서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약물은 왜 먹어야 할까? 약물은 치료제라기보다는 증상 조절제에 가깝다. 증상에 대해서 치료한다 하여 이를 대증 요법이라고 한다.)


만약 전립선이 커져 있거나 하면 이를 토대로 수술적 치료를 해보자고 하기도 한다. 수술을 해서 전립선을 절제하는 것을 근치적 치료라고도 한다. 근본적인 치료라는 것이다. 수술을 해서 떼어내면 근본적인 원인을 없앨 수 있는 것일까? 하기사 전립선이 비대해지거나 암이 있는데 이 것을 통째로 없애면 전립선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것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누군가는 배안에 몇몇 장기들이 없이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기에 전립선이 커졌을 것이다. 의학적 진단은 어느 한 개인 인생의 한 시점에서 나타난 현상을 보고 그 현상을 일으킨 구조적 이상을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소변을 잘 보지 못하면 전립선이 커져서 요도가 좁아졌으니 이를 넓혀주는 약이나 수술을 하자는 식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럼 전립선은 왜 커져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전립선이 커지는 이유는 인슐린 저항성에서 전립선 결석 까지라는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남성 호르몬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상위의 원인은 바로 인슐린 저항성에 있고 이는 바로 자신의 생활 습관에 있다. 내가 무엇을 먹고 마시며, 내가 어떻게 운동을 하는지, 언제 어떻게 자며 등등 내 삶의 프로그램이 어떻게 세팅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근본적인 원인을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더 근본적인 원인을 교정해야지만 진짜 치유가 가능해진다.


전립선 비대증의 원인이 남성 호르몬이라고 하여 (요즘엔 탈모약으로 더욱 유명해진) 듀타스테라이드(Dutasteride)라는 약물을 쓴다. 분명 이 약을 쓰면 전립선이 20~30%가량 줄어든다. 하지만 이 약을 안 먹으면 다시 커진다.


알파차단제라고 하는 약물을 먹으면 소변 줄기가 힘이 생기고 좋아진다. 하지만 중단하면 똑같다. 방광의 과활동성을 억제하여 빈번한 배뇨를 줄여주는 베타-3 작용제는 역시 먹으면 괜찮은데 안 먹으면 전과 같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약물에 대한 문의가 잇따른다.


이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무언가 근원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고 중간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며 이런 일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긴 병명을 지난 상병으로 드러나지 않을수 있다. 어쩌면 그리 어렵지 않고 상식적인 것을 짚어나갈 때 닿을지 모른다. 우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해야 할 것을 하는 것 말이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지 않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는 안목을 갖출 때 어쩌면 약물을 처방해서 좋아지는 것보다 더 나아질지 모른다.


그 중심에 미네랄 결핍과 같은 영양소의 불균형이 있다. 필요한 것은 점점 더 줄어들고 불필요한 것은 더욱 많아지고 있는 모순된 체내 환경. 내부 기아에 빠져서 세포 재생이 되지 않는 상황.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할 기본이다.


어쩌면 여기에 진정한 해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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