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집에 가기 싫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느꼈던 살짝의 아쉬움.
그 여운을 안고, 우리는 하와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시작부터 꼬였다.
비행기 지연, 늦은 밤 도착, 허기진 배, 쏟아지는 피로.
이쯤 되면 하와이도 우리를 반기지 않는구나 싶었다.
호놀룰루 공항에 내리자마자 든 첫인상은,
‘공항이 생각보다 소박하네?’였다.
예약해둔 한인택시를 기다리며 짐 옆에 털썩 앉았는데,
주변에선 담배 냄새가 진동.
음... 시작이 좀 그렇다.
밤 12시가 다 돼서 도착한 호텔.
체크인만 간신히 마치고, 짐을 방에 던져두고는
‘뭐라도 먹자’며 다시 거리로 나왔다.
결국 우리 가족이 찾은 건 ABC스토어.
이 밤에 문 연 건 그것뿐이었다.
컵라면 세 개, 뜨거운 물, 플라스틱 포크.
그렇게 셋이서 하와이에서의 첫 끼니를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그 순간의 감정:
“우리가 지금... 하와이에 있긴 한 거 맞지?”
다음 날 아침,
호텔 커튼을 젖히는 순간,
그 모든 불만은 한 방에 사라졌다.
쨍한 하늘, 푸른 바다, 와이키키 해변의 반짝이는 물결.
하늘 아래 펼쳐진 이 완벽한 그림에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사람들이 왜 하와이를 ‘지상 낙원’이라고 부르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풍경.
숨 쉬는 공기마저 다정하게 느껴졌다.
그 다음 날 아침, 딸아이와 산책을 나섰다.
아직 덜 더운 시간. 조용하고 깨끗한 거리.
걷던 중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벌써 집에 가기 싫어.”
어느새 나도 웃고 있었다.
그래, 나도 그래.
하와이, 참 사람 마음을 간지럽히는 도시다.
저녁에는 와이키키 하드록 카페에 갔다.
라이브 밴드 공연이 한창.
현지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햄버거, 립아이 스테이크,
그리고 시원한 맥주를 곁들였다.
그 맛과 그 공기, 아직도 입안과 기억 속에서 선명하다.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그 순간.
하와이의 선셋타임.
하늘이 실시간으로 색을 바꾸며
붉게, 주황빛으로, 보랏빛으로 물드는 그 장면을
우리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냥 걷고만 있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시간.
다음 날 아침, 해가 머리 위로 오르기 전에
산책 삼아 나선 길에서
“그냥 걸어볼까?” 한마디에
우리는 월마트를 향해 걸었다.
무슨 대단한 계획도 없었지만
그 아침, 셋이 함께 걸은 그 거리,
그 평범한 순간이 유난히 또렷하게 남아 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든
물을 사랑하는 우리 딸은 호텔 수영장 마니아다.
체크인하자마자 수영복을 챙기고
물속에 들어가선 나오라는 말에 ‘단호박’이 되는 아이.
그런데 하와이에선?
호텔 수영장을 딱 한 번 이용했다.
왜냐고?
호텔 바로 앞에 와이키키 비치가 있었으니까.
끝도 안 보이게 펼쳐진 파란 바다,
그림처럼 반짝이는 수평선,
누가 봐도 ‘여기야말로 진짜지’ 싶은 풍경이니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엄마, 빨리 밥 먹자~” 하고 재촉하는 딸.
그 이유는 하나였다.
잔잔한 파도를 타고, 수영도 하고,
공놀이도 하고, 모래성을 쌓고...
“이거지, 이거야!”
외치듯 바다로 달려가는 아이를
그저 모래사장에 앉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가득 신이 났다.
햇살은 뜨겁고, 물은 시원하고,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우리 셋은 그 속에서 조용히 행복해지고 있었다.
하와이는 그런 곳이었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어디를 가지 않아도,
그냥 거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완벽했던 곳.
함께라서 더 좋았고,
딸아이 덕분에 더 특별했던 여행.
컵라면으로 시작된 여정이
햇살 가득한 추억으로 끝났다는 것.
그게 바로,
우리 가족이 하와이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