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헤이리마을

가까운 곳에서 찾은 작은 탈출

by 빛나볼게요

비가 이틀 내내 내렸다.

흐리고 눅눅한 집 안 공기,

묘하게 쌓여가는 가족 간의 날카로운 기류.

아침에 눈을 떴는데, 창밖이 오랜만에 맑다.

햇빛이 살짝 비추는 걸 보니,

무작정 나가고 싶어졌다.

어디든, 그냥 집이 아닌 어딘가로.


장소는 늘 그렇듯 남편 담당.

익숙한 곳, 파주 헤이리마을로 결정.

세 번째 방문이다.

딸아이는 출발할 때만 해도 살짝 투덜거렸다.

‘귀찮아…’ 같은 표정을 얼굴 가득 달고.

근데 참 신기하다.

도착하자마자 세상 제일 신난 사람처럼 뛰어다닌다.

헤이리마을엔 그런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캔들 만들기, 쿠키 만들기, 피자 만들기, 도자기 체험. 어린이 취향을 정확히 저격하는 체험들 덕분에,

아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엄마 눈에도 즐거워

보이는 하루. 우리 부부는 슬쩍 뒤로 빠져,

마늘빵 하나 사먹고, 오란다도 사고, 터키 아이스크림 앞에선 잠깐 아이처럼 웃었다.


매번 올 때마다 느끼는 건, 이 마을이 예전보다는 조금 조용해졌다는 것. 사람도 줄어든 것 같고, 예전에 가던 피자가게도 없어졌다. 아쉽긴 하지만, 덕분에 우연히 들어간 브런치 가게에서 느긋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때로는 계획되지 않은 길이 더 괜찮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말꼬리 잡고, 작은 일에도 눈치 싸움하던 우리 셋이, 오늘은 많이 웃었다.

어쩌면 뭔가 특별한 걸 해서가 아니라,

그냥 바람이 좋았고, 볕이 따뜻했고,

가족이 함께였기 때문일지도.


별거 아닌 날이, 은근히 마음에 오래 남는다.

이런 날을 작은 탈출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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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