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라스베가스로, 이번엔 셋이서

꿈이 현실로

by 빛나볼게요

라스베가스는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지였다.

결혼을 준비하던 20대의 나는 예식장,

드레스, 스튜디오 같은 복잡한 준비보다 단 하나,

신혼여행지에 가장 설렜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던 도시, 라스베가스.

태어나 처음 가는 미국 여행지였고,

뭔가 엄청난 일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으로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그때 우리는 일주일 내내 라스베가스만을

온전히 누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랜드캐니언이나

경비행기 투어 같은 것도 해볼 걸 싶지만,

그땐 그냥 눈앞의 네온사인, 자유로운 분위기,

활기찬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했다.

돌아오는 날, 너무 아쉬워하던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우리 결혼 10주년 때 꼭 다시 오자.”

그 말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십 년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우리는 부모가 되었고,

나이도 앞자리가 바뀌었다.


그리고, 남편은 그 약속을 잊지 않았다.

결혼기념일에 맞춰 아이와 함께하는

라스베가스 여행을 준비해줬다.

글로 써보니, 꽤 로맨틱하다.


아이의 겨울방학과 겹친 덕분에 여행 시기도

안성맞춤이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 “어디든 가고 싶어” 하던 아이는 이미 들떠 있었고, 긴 비행시간조차 지루할 틈 없이 먹고, 자고, 영화를 보며 셋 다 마음껏 들떴다.

드디어 도착!

2월 초 라스베가스는 우리나라 가을처럼 선선하고

기분 좋은 날씨였다.


짐을 대충 풀고, 우리는 밤거리를 향해 나섰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거리, 오래된 호텔 사이에 새로 생긴 건물들, 해질녘 하나둘 선명해지는 네온사인들이 우리를 다시 반겨주는 것 같았다.


배고프다던 딸에게 인앤아웃 버거를 먹이고 싶었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눈앞의 맥도날드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여기까지 와서 맥도날드라니, 괜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혼자 어린이세트를 주문하고, 계산까지 척척 해내는

딸을 보며 ‘그래, 영어학원비는 헛돈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스쳐갔다.

이럴 땐 정말, 뼛속까지 K엄마.


그렇게 가볍게 산책하고 피곤한 몸을 끌고

호텔방에 들어오며 문득 생각했다.

“근데, 여기가 이렇게 불편한 곳이었나?”


신혼 때는 마냥 좋기만 했던 그 분위기—

카지노, 담배연기, 클럽 음악—

지금은 하나같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사람은, 아니 엄마는, 상황에 따라 정말 달라지는구나.


라스베가스 안에서 아이와 함께 갈 만한 곳이라곤

m&m 월드, 코카콜라 매장,

그리고 인앤아웃 버거 정도.

그래서 우리는 도시를 벗어나기로 했다.

그랜드캐니언, 앤텔롭 캐니언, 홀스슈밴드, 별빛투어.

지금은 이런 대자연 속의 경험이 아이에게 훨씬 더

의미 있고, 기억에 오래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변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예전의 그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다르다고 해서 덜 소중한 건 아니다.

오히려 더 깊고, 더 풍성하다.


기대만 가득했던 아이는,

새벽 투어에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묵묵히 따라줬다.

힘들 법한 일정도, 장시간 차량 이동도 웃으며 넘겼다.

아마 이 여행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엄마 아빠랑 라스베가스 갔을 때, 너무 좋았어!” 라며 기억할 이야기로 남겠지.


그리고 나는 오늘도 확신한다.

다시 돌아온 라스베가스는,

신혼 때보다 훨씬 더 빛나고 있었다.


고로 아이와 함께하는 라스베가스 여행은

겨울보단 여름이 좋겠다.

멋진 호텔들에 수영장을

이용하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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