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치료 언제까지 해야하니
한겨울에 태어난 우리 딸.
그렇게 하루하루, 하나뿐인 내 보물을
온 마음 다해 예뻐했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자고 마음먹고
지칠 틈 없이 바쁘게 보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겨우 숨 돌리는 시간,
요즘 말로 ‘육퇴 후 맥주 한 잔’이라는 게
내게는 유일하게 숨통이 트이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조금, 아니 많이 마셔댔던 걸 빼면 말이다.
어쩌면 그건, 마음 둘 곳 없던
나의 마지막 도피처 같은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일 아침엔 아이가 좋아하는 사과를 달라고
“엄마~ 사과 줘” 하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을 품고 잠들던 밤들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엔 꿈속에서,
쫑알쫑알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고
“엄마, 사랑해~” 하며
사랑 고백까지 해주는 딸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 꿈을 꾸고는 괜히 하루 종일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그렇게 사계절이 또 지나고,
우리 딸의 네 번째 생일을 앞두고 우리는 이사를 했다.
남편이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새로운 동네, 새로운 집으로.
새 집에서 맞이한 네 번째 생일.
아이의 말은 여전히 느렸고,
생일 축하 노래는 매끄럽게 부르지 못했지만
따라 하려는 말은 전보다 더 많아졌다.
이사와 함께, 새로운 학기를 맞아
딸은 새로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말은 조금 느려도,
의사표현 정도는 엄마인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늘어났다.
사람을 좋아하는 우리 딸.
새로운 어린이집도, 낯선 동네도
사실은 다 생소하고 두려웠을 텐데,
그래도 잘 적응해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를 씻기고 저녁을 먹이는데
딸이 손짓, 발짓 섞어가며
“○○이랑 쿵쿵! 해서 선생님이 때찌 했어”
라며 어렵사리 나에게 하고픈말을 해냈다.
나는 깜짝 놀라 다시 되물었고,
딸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아이의 말이 사실일까?
이런 표현을 해낸 게 대견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
다음 날, 등원할 때 조심스레 담임 선생님께 물어봤다.
그때 담임의 표정과 대답이 아직도 생생하다.
조금 당황한 얼굴로,
“어머, ○○이가 그런 말도 할 줄 아나요?
어제 둘이 놀다가 부딪힌 거였어요.”
라며 얼버무리듯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섯 살 여자아이가 그 정도 이야기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였는데,
왜 그런 반응이었을까.
돌아오는 길, 뭔가 찜찜했다.
그래서 나는 “네~ 요즘 부쩍 저한테 이런저런 얘기를 하려고 하더라고요”
라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렇게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어린이집에 등원한 지도 어느덧 2주.
나는 여전히 바빴다.
이삿짐 정리, 끝도 없는 청소,
새로운 언어치료센터 알아보기...
시간은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 와중에,
조금 느려도 자기 속도대로
천천히, 묵묵히 적응해가는 내 딸이 참 기특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딸의 표현이 더 풍부해지고
발화도 점점 늘어나는 걸 보며
‘아, 낯선 환경에서도 이 아이는 오늘도
열심히 자라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괜스레 울컥하기도 했다.
우리 셋, 여기서
조금 더 잘 살아보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