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괜찮아지는 순간

by 빛나볼게요


엄마와 나는 멀리 살지 않는다.
차로 한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

그래서였을까.


‘언제든 볼 수 있으니까’라는 마음으로
엄마와 단둘이 평일 낮을 온전히 함께한 기억이
언제였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전화를 걸었다.

“이번 주 수요일에 뭐 해?”

“종로에서 만나서… 전시도 보고, 밥도 먹을까?”

보고 싶던 전시였다.

친구랑 보러 가야지 생각했던 전시였는데,

문득 엄마랑 가고싶어졌다.


“예술 데이트야?”
엄마의 목소리에
작은 설렘이 묻어있었다.


괜히 그 한마디가 마음을 간질였다.
아무것도 아닌 하루가
엄마에겐 작은 기쁨이 된 것 같아
나도 괜히 기뻤다.


오랜만에 함께한 어느 봄날의 수요일.
국립현대미술관.

65세 이상은 무료라는 안내 문구를 보고
그제야 알았다.
이제 우리 엄마가
그 나이가 되었단 걸.

순간, 가슴이 조금 저렸다.


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엄마와의 시간이
그렇게 영원하진 않겠구나—
조용히, 또렷하게 깨달았다.

전시를 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또 이야기하고.

종로는 정말 오랜만이라며
하나하나 새삼스럽게 바라보던 엄마.
그 모습이 괜히 눈에 밟혔다.


엄마 앞에만 서면
나이를 잊는다.

애써 어른처럼 굴지 않아도 되고,
조심스럽게 말을 골라 하지 않아도 되고,
괜찮은 척, 웃는 척 하지 않아도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

엄마 곁에 있는 이 시간이
어쩌면 내가 유일하게
괜찮아지는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몸이 편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풀어져서.
그 어떤 역할도 내려놓을 수 있어서.

그래서 그냥,
그냥 다 좋았다.

엄마,
좋아.


정말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