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타임

세탁기 돌리고 나온 신데렐라

by 빛나볼게요

나는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하는 전업맘이라고

하기엔 프리랜서로 스케줄에 맞춰 꾸준히

일도 하고 있다.


가끔은 ‘일을 조금 더 본격적으로 늘려볼까?’

생각도 들지만, 나는안다.

욕심 많고 욕망 많은 내가 한 가지에 몰두하면

다른 데엔 쉽게 소홀해지는 사람이라는 걸.


육아를 해본 엄마들은 안다.
시간에 쫓기며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괜히 애만 잡게 되는 날도 많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일을 잠시 미뤄두고

육아와 살림에 더 비중을 두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 만날 일이 줄었다.


사실 나는 원래 사람들 만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성격이다.

회사 생활도 즐겁게 했던편이라 지금처럼

아이와 남편 외엔 사람 만날 일이 거의 없는 일상은
조금 심심하고,

어쩐지 텅 비어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이 ‘엄마’라는 직업 속에서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 바로 커피타임.

그렇게 커피타임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원래 친하던 친구들이 아닌,
대부분 아이를 통해 알게 된 엄마들이다.


비슷한 처지,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를 키우는,

낯설지만 친근한 엄마들.

만나서 주로 하는 이야기는 물론 아이들 이야기.

아이들 연령에 따라 주제도 달라지는데,

요즘은 학원 이야기가 단골이다.

그러다 집안일 이야기로 흘러가고,

마지막엔 늘 이렇게 끝난다.

"우리나라 애들 너무 불쌍하다.

애들 너무 힘들 것 같아…" 라며 혀를 차지만,
돌아서면 똑같이 닥달하고 있는 우리.


세탁기를 돌려놓고, 건조기로 옮겨놓고,
잠깐 짬 내서 만난다. "몇 시에 만날까?"
물어봤다가도 "나 세탁기만 돌려놓고~",
"화장실만 좀 치우고~" 라며 엄마들만의 시간을

계산해서 비로소 시작되는 우리의 커피타임.


그리고 그 시간은 마치 신데렐라가
자정 종이 울리기 전에 왕궁을 떠나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각자 돌리고 온
세탁기가 끝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에 마시는 커피티임이
얼마나 고소하고 재밌는지 모른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서로 쏟아낼 수 있을 만큼 털어놓고 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밥 하러 가자~”


그렇게 우리의 커피타임은 끝이 난다.
잠깐이지만 꽉 찬 시간.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소통하는 그 잠깜의 재밌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