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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Aug 14. 2016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변한다.

6월의 수요일 : 벽



06.01.


꿈같은 걸 꾸는 건 나는 새나 할 수 있는 거야.
쭈그려 앉았다 일어서는 것도 벅찬 난 꿈이 무엇이었는지 잊은 지도 오래되었어.
꿈이 있다한들 바라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현실 아니겠어.


이 이야기는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면 현실에 굴복한 자신을 애써 합리화 혹은 위로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처럼 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살아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위한 삶일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살다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가는 것은 괜찮은 걸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화려한 이력의 수식어를 이름 앞에 아무리 늘어놓아도 끝이 없는 사람을 볼 때 드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


'나는 왜'

'쟤는 쟤고 나는 나고'


보통의 경우에 두 번째 생각으로 빠른 결론이 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그것은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감 대신 속 편하게 발길을 돌리기 위한 핑계가 아니었을까. 지금 괜찮은 걸까.'




06.08.


추억과 오늘 사이의 벽이 스르륵 없어진다.


당신과 나, 우리 사이에 걸리적거리는 것, 무엇도 없던 과거로 돌아가 마치 어제가 오늘인 듯 웃고 떠들 수 있음을 경험한다.




06.15.


나와 그의 다른 오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고 우리는 다른 공간에 존재하지만, 나는 같은 순간을 산다고 느껴요. 나는 당신의 하루를 모르고, 당신은 나의 오늘을 몰라도, 우리가 함께 있음을 느껴요. 여전히 내 안에는 당신의 문장이 살아 있고, 당신의 말처럼 난 당신의 기도 안에 살아 있어요. 


만남과 헤어짐, 끝이 없으리라 믿었던 인연의 끝에 서게 되는 날이 있었어요. 스스로 선택한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어요. 그 끝에 설 때마다 누군가의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속 같은 자리를 찔렀어요. 그러나 당신의 존재는 그런 내 상처가 본래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나의 이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요. 비록 세상의 텃세에 그 확률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믿음의 문장은 살아 있어요.   




06.22.


처음 본 사람.

이유도 모르게 끌리는 사람.




06.29.


운동을 하러 종종 찾는 운동장에 검정고양이가 있다. 길냥이인 검정고양이는 밤마다 운동장을 찾고, 고양이 엄마라 불리는 할머니를 기다린다. 그리고 밥을 먹고 쿨하게 제 갈길을 간다.


한 번 쳐다보긴 하는 정도의 동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나와 그 고양이 사이에는 트랙 4개 라인 정도의 거리가 있다. 고양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거리감이다.  비교적 나와 고양이는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나, 마음의 거리는 마주치는 날이 많아질수록 조금씩 줄어들었다. 어느새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고양이의 빈자리를 느끼고, 그의 행방을 걱정하기도 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해보지도 않고 겁먹느라 포기한 것들, 싫어한다고 단정 짓고 쳐다보지 않은 것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굳이 고집부려 무엇하리. 할 수 있을 때, 하자. 무엇이든 사랑하며 살자.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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