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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Nov 19. 2016

낯섦과 익숙함 사이, 어느쯤에서

9월의 목요일 : 낯설다



09.01


낯선 공간, 낯선 시간, 낯선 사람. 내겐 풀어야 할 숙제와 같을 때가 많다. 대개는 시간과 비례하여 자연스레 해결된다. 물론 종종 시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낯선 것은 자연스레 익숙한 것이 된다. 그런데 동시에 또 다른 숙제가 생긴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쉽게 잊어버리고, 쉽게 당연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대상이 되는 것들은 간혹 개인의 모순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어떠한 면에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볼 줄 아는 것이 더 큰 숙제로 남는다. '이건 아니지 않아?'라고 반문하던 것이 '원래 그런 거야'로 바뀌는 것에 대한 경계, 눈을 감지 말고 부디 깨어 있자. 




09.08.


살다 보면 예기치 않게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찾아오곤 합니다. 그럴 때 당신은 다시는 비슷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위험한 경험들을 피하려고 노력하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새로운 일, 새로운 장소, 새로운 시도들도 모두 거절합니다. 이렇게 괴로운 마음, 생각, 일로부터 도망치려는 노력을 '경험 회피'라고 해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을 전부 차단하고, 폐쇄적인 상황에서만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중략) 하지만 변수가 제거된 닫힌 세상은 역설적으로 고통을 증폭시키고 영원하게 만들어요.

- AWAKE, '감정은 감정일 뿐, '내'가 아니에요' 中


낯선 시선, 그 시선에 흔들릴 때

설렘만 있던 건 아니었어, 왠지 모를 서늘함이 들기도 했어. 




09.15.


10년 동안 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났다. 반갑기도 했고 그립기도 했다. 10년 전 기억에 오늘의 시간을 더해 우리의 기억은 일부 업데이트되었지만, 여전히 낯선 것으로 남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을 헤매는 질문들로 시간을 채웠다. 각자 '잘 살고 있어'를 증명하기 위한 이유를 늘어놓느라 바빴다. 낯선 우리의 모습이, 그 속에 있는 낯선 나의 모습이 긴 여운을 남겼다.




09.22.


1.

낯선 눈빛, 낯선 뒷모습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 


2.

죽은 듯이 조용한 핸드폰을 깨워, 응답 없는 전화를 걸고 걸면서 퇴근을 했다. 그러다 한 포장마차를 지났고, 혼자 술을 마시는 여자를 봤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만큼 울컥했다. 이유도 없이.

아니, 있지.

왜 이렇게 못 하는 게, 하면 안 되는 게, 할 수 없는 게 많아. 


낯선 장면이었는데, 난 몇 번이고 느껴본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09.29.


1. 

낯섦은 금방 익숙함이 되나, 익숙해지는 모든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익숙한 것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가운데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2.

회사 앞 카페에 강아지가 있다. '무섭고, 싫은' 강아지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어쩌면 그동안 나와 강아지 사이의 접점이 없었던 이유는 '무섭다, 싫다와 같은 감정'의 실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실체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그러한 감정을 느낀다는 나 자신에 대한 당연한 확신'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간 난 강아지와도 낯을 가리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사실 지금까지는 낯을 가릴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것 같지만, 어쨌든 지금은 문득 '보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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