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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Nov 20. 2016

서로에게 따뜻해질 수 있는 기회

9월의 금요일 : 의지하다



09.02.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이 둘이 되었을 때에도 괜찮은 것이다.




09.09.


1.

직급의 차이, 당연하다고 한다. 높은 직급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의지하는 순간들이 때때로 미안하며, 든든하다.


2.

사람에 의해 사랑받고 상처받는 뻔한 삶을 인정해요. 타인의 마음에 대한 짐작은 말 그대로 짐작일 뿐 확신을 줄 순 없어요. 온통 불확실한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을 살아요. 그래서 힘들지만 그래서 소중한 것들이 더욱 빛나요.

혼자만의 외로움을, 시간의 거리가 결국 마음의 거리가 되어버리고 마는 인간관계의 안타까움을, 마음속 관계의 거리가 가시화되는 과정 중에 있음을 고백해요. 힘듦을 털어놓으면서 반쯤은 가벼워지고 반쯤은 미안해져요. 그 미안함을 이야기하는 나를 앞에 두고, 그것마저 이해할 수 있다는 듯 오히려 나에게 위안을 줘요. 나는 불확실함 가운데 더욱 빛나는 당신의 소중함을 느껴요.

우리는 나이를 먹고 나는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수 있어진 만큼 어른이 되어가요. 나이를 먹고 소중한 사람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힘듦의 고백을 주저하는 것을 이해하게 돼요. 그러나 서로가 힘듦을 고백하는 것이 미안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따뜻한 존재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기회라 믿어요.

- 7월의 그 어느 날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따뜻한 존재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기회라 믿어요.




09.16.


백지장도 맞들면 낫제이
어따 백지장뿐인가
빈 손도 맞잡으면
따수운 손이 안 되는가

- 페이스북, '박노해의 걷는 독서'




09.23.


헛헛한 마음에 가끔씩 쿵하고 닿자마자 사라지는 따스무리 하지만 덧없는 멘트들을 곱씹으며 집에 간다. 오늘도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다른 한쪽 어깨에는 가방을 메고 간다. 양쪽 다 각자의 무게를 견뎌내는 중이다.

집에 가는 길에 들린 운동장에는 매번 보이던 고양이가 없다. 어쩌면 고양이가 그간 생사를 달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가 항상 앉아있던 빈자리를 보며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다. 문득 내게 '무슨 일 있어?'하고 묻던 사람이 생각났다. 그 사람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난 어떤 마음이었던 걸까.

마음을 먼 곳에 두고 왔나 보다. 두고 온 마음, 챙겨 올 생각 말고 딴마음을 먹어야겠다.

- 9월 23일, 퇴근길에서


보이지 않은 고양이를 향해 '무슨 일 있어?'라는 물음을 던지며, 나를 향한 당신의 물음에 담겨있었을 마음을 헤아려본다. 당신 마음이 나를 헤아려주는 그 순간보다 더 오랫동안 당신을 향한 마음을 안아요. 고마워요.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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