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냥 Apr 26. 2017

여긴 없고 거긴 있을 듯이

1월의 목요일 : 언덕



01.05.


제 가슴의 울창한 숲 그늘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고
살진 암소가 끄는 쟁깃날 되어
오래도록 밭 일구는 사람!

돌멩이며 나무뿌리며 골라내다 보면, 지치기도 하지 퇴비며 인분이며 집어넣다 보면, 피곤도 하고...... 땀 흘린 만큼, 밭두둑 옆댕이, 옹달샘이라도 퐁퐁퐁 솟아나면 좋으련만, 눈물 흘린 만큼, 산비탈에라도 걸터앉아, 막걸리 한잔 쭈욱 들이키면 좋으련만!

발목 자꾸 어루만지는 흙더미
고르고 골라 이랑을 만들고
오직 정성스러운 마음 하나로
오래도록 여기 씨 뿌리는 사람!

- 이은봉, '씨 뿌리는 사람 - J·J·H




01.12.


오를 언덕, 기댈 언덕.

찾아 헤매는 것이 무엇이든 때 되면 쉬다 갈 것.




01.19.


당신과 나, 우리 둘 모두 잊어버린 우리의 시간이 그곳에 있진 않을까.

어떤 소리도 나지 않으나 존재함으로 한 자리 차지하고 있진 않을까.


혹여 그 모습을 보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완전히 잊은 적은 없지만, 잊어서 미안해.

안타까운 네 모습에도 다음은 없다고 할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01.26.


어쩌면, 우리 이 세상에는 없을 어느 곳에서 만나요.

커다란 나무의 푸른 그늘이 포근한 곳이에요.


혹시 우리, 그곳에서 만나게 되면 나는 사랑을 이야기할 테니, 그대는 사랑이라 불러줘요.

그러면 그곳엔 없을 지금 우리의 추억들이 그곳에서도 유효할 테니까요.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