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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Jun 16. 2017

밀려오고 흘러가는

4월의 월요일 : 물



04.03.


1.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이정하, '낮은 곳으로' 中


2.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이 공간, 이 길 위에 있는 날들이 힘들었지만, 좋았고 든든했어. 사소한 기억들이 밀물처럼 가득 차오르는데, 난 이제 그 물결을 따라 흘러가야 해.

...(중략)...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나, 그렇다고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리 그대로.

- 3월 30일, 마지막 밤.


(그리 그대로) 남아 있을 테니, 아쉬워하지 말자.




04.10.


감기에 걸렸다. 물을 많이 마시라고 그랬다. 약국의 약사 선생님이 그랬다. 짝꿍이 그랬다. 그랬다. 나름 촉촉했다.




04.17.


축축하게 버티는 날이 있으면 또 촉촉하게 기분 좋은 날도 있고.

오늘이 나빠도 내일은 좋을 수 있고, 내일 또 나빠도 그다음 날은 좋을 수 있고.


깊어지지 말자.




04.24.


가만히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문득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나만 어려운 문제가 나타났고, 이상한 나만이 느끼는 슬픔이 버거웠다. 그렇다해도 이런 나를 내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 배처럼, 쉴 새 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F.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中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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