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월요일 : 물
1.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이정하, '낮은 곳으로' 中
2.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이 공간, 이 길 위에 있는 날들이 힘들었지만, 좋았고 든든했어. 사소한 기억들이 밀물처럼 가득 차오르는데, 난 이제 그 물결을 따라 흘러가야 해.
...(중략)...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나, 그렇다고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리 그대로.
- 3월 30일, 마지막 밤.
(그리 그대로) 남아 있을 테니, 아쉬워하지 말자.
감기에 걸렸다. 물을 많이 마시라고 그랬다. 약국의 약사 선생님이 그랬다. 짝꿍이 그랬다. 그랬다. 나름 촉촉했다.
축축하게 버티는 날이 있으면 또 촉촉하게 기분 좋은 날도 있고.
오늘이 나빠도 내일은 좋을 수 있고, 내일 또 나빠도 그다음 날은 좋을 수 있고.
깊어지지만 말자.
가만히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가, 문득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나만 어려운 문제가 나타났고, 이상한 나만이 느끼는 슬픔이 버거웠다. 그렇다해도 이런 나를 내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 배처럼, 쉴 새 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F.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中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