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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자 Sep 11. 2023

물경력이 나쁘기만 할까?

물경력이 아닌 멀티플레이어

물경력은 취업하기 힘들다.
물경력은 연봉 올리기 힘들다.
물경력은 전문성이 없다.


물경력에 관련된 이야기 중 좋은 이야기는 많이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많이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표현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한 번도 물경력과 관련된 긍정적인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예전에는 한 가지 직업이나 업무, 전공 선택하고 나면 쉽게 바꿀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들 많이 얘기한다.

한 회사에서 2~30년을 근속하고 가족을 부양하며 큰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그때 그 시대의 '올바른 직장인상'이었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일단 가장 가까운 예를 찾아보자면


주위에서 대학 전공을 살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시각디자인 전공인 내 주변에 전공을 살린 사람은... 음...

내가 모든 대학 동기와 연락을 하는 것은 아니니 정확히 안다고는 말하기 힘들겠지만

적어도 나의 대학 동기들과 고등학교 입시학원 친구들 중에서는 단 한 명만이 전공을 살렸다.


전에는 나도 전공을 살린 사람 중 한 명이었지만, 이런 케이스는 정말 찾기 힘들다.


나 또한, 그림이 너무 좋아서 디자인을 시작했었지만 서비스기획자로 직업을 바꿨다.


그렇게 재밌었던 디자인을 그만두고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기획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태어나서 퇴직을 할 때까지 한 가지 일만으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 쉬운 것일까?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사무실만 보더라도 전공을 살린 사람이 거의 없다.


디자인을 하다가 서비스기획자가 된 나.
CS 운영 업무를 하다가 백엔드 기획자가 된 친구와 퍼블리셔가 된 친구.
공기업 준비를 하다가 PM이 된 친구.
일본에서 영업 업무를 하다가 백엔드 개발자가 된 친구.



다른 친구들의 모든 속사정을 알지 못해서 다 쓸 수는 없지만

당장 눈 한 번만 돌려보더라도 전공을 살려서 살아가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물경력의 소유자가 아니라 '멀티플레이어'가 되자.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내가 디자인을 쭉 해왔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탄탄하고 일관된 경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프랜차이즈 본사 디자인 / SNS 마케팅 디자인 / 영상 편집 / 2D 실물 인쇄 디자인 / UI 디자인


뭐 하나 전문성 없이 당장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이것저것 해왔던 것 같다.


2년 전만 하더라도 고민이 참 많았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회사에 취업할 수 있을까?

실제로 서울에 올라와서 디자이너로 취직을 하려고 하는데 맘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때는 내가 물경력이라 그런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렇지도 않다.

제대로 된 면접 준비도 해본 적이 없었고 '될 대로 되겠지'란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다녔었던 내가 문제였다.


지금 '물경력이라서 하려는 일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지난 나의 경력에 집중하느라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



아무튼 회사는 어찌어찌 구해졌고 정확히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모른 채

또 그렇게 물경력만 쌓여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회사를 다니다 보니 지난 몇 년의 경험 중
쓸모없는 경험은 하나도 없더라.


UI 디자이너였지만 강의 영상을 편집해야 할 때도 있었고
서비스 기획자로 들어갔지만 이벤트 리워드 제작을 위해 후드티 업체를 컨텍해야 했으며
PM이었지만 마케팅팀과 디자인팀과 함께 SNS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쓸모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제와 써먹고 보니

내 지난 경력은 물경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은 가지지 못 한 귀하디 귀한 경험이었다.


디자인 업계를 아예 떠나서 IT 서비스기획자가 되었지만

다양한 디자인 관련 경험들이 나를 조금 더 시야가 넓은 기획자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일전에 내가 있던 업계에서 당연했던 일들이

지금 있는 업계에서는 생소한 일이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망설이지 말고 손을 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이자.

손을 들 용기만 낼 수 있다면 그때부터 동료들에게 나는

물경력의 소유자가 아니라 멀티플레이어로 비추어 보일 것이다.



후회한다고 달라질 수 없는 지난 선택들을 후회하지 말고,

내 지난 경험들을 현재의 회사 생활에 어떻게 잘 녹여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똑같은 경험이지만 관점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고마운 나의 자산이 될 것이다.



그 부분은 제가 경험해 봤는데요.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돼 보자.


물론 이 글에서 내가 언급하는 물경력이란
'한 도메인에 전문성을 쌓지 못 하고 다양한 업무를 다뤄온 경력' 에 한하며,
업무가 없어서 배운 것이 없는 물경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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