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차 맞벌이, 20년 차 워킹맘 이야기
회사에서 임신과 출산 후 복직한 최초의 여직원으로 제가 회사에서 받을 수 있었던 혜택은 출산휴가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두 달만 쉬고 오면 안 되냐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셨죠.
임신을 확인하고부터 아이를 돌볼 방법을 고심했습니다. 물려받을 재산이 없는 남편과 저는 우리 둘이 오롯이 벌어야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질 수 있으니 제가 회사를 관두는 것은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이 주변에 없었기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린이집과 육아도우미뿐이었죠. 당시 핫했던 네이버 육아 카페의 글을 매일매일 읽으며 어린이집과 도우미의 장단점을 비교했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 나와 맞는 도우미를 찾기 힘들고, 마음에 드는 도우미를 잘 찾더라도 사정에 의해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저에게 너무 커 보여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임신 8개월이 되었을 때 갓난아기를 돌봐주는 어린이집을 수소문해서 예약을 걸어놓았습니다. 연령이 어린 아이들을 받아주는 어린이집이 적을뿐더러, 어릴수록 선생님 당 돌볼 수 있는 아가의 숫자가 적어 자리가 많지 않았거든요. 저희 집 주변에는 이런 어린아이를 돌봐주는 어린이집이 없었기 때문에 자동차로 15분 떨어진 곳에 어린이집으로 아가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나마 출근길에서 조금만 돌아가면 되는 곳이라 이곳을 찾았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두 아이들은 모두 2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녔습니다. 아가가 어린이집에 적응을 해야 했기 때문이죠. 모유가 나오니 모유를 먹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밤에는 모유수유하고 낮에는 회사에서 유축을 하고 퇴근해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첫째 때는 어른 두 명이 아이 하나를 돌보니 돌아가며 조금씩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아이가 둘이 되고 어른 한 명 당 한 명이 전담해서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니 조금도 쉴 틈이 생기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둘째 출산휴가가 끝나갈 무렵 퇴근한 남편과 꼬물거리며 놀고 있는 아가들을 바라보며 앞으로 펼쳐질 고난이 생생해서 둘이 앉아 한숨만 쉬던 어느 저녁날이 떠오릅니다.
지금에 와서 보니 그때 회사를 놓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지만, 당시에는 힘들어서 남편이랑 많이도 싸웠습니다. 울면서 힘들다고 남편에게 하소연하는 일도 잦았죠. 하지만 제가 맞벌이를 해야 한다는 남편의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저도 가정경제를 생각하면 회사를 관둘 수는 없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힘들면 관두라고 말해주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굉장히 막막해 출산의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현실의 그림자를 먼저 느낀 것 같습니다. 주변에 이런저런 조언과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없어서 더 그랬는지도요. 그래서 후배들이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 고민을 할 때면 본인이 원하면 결혼은 해도 좋고, 아이는 한 명 정도 낳는 것은 괜찮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나와 둘은 힘듬의 정도가 굉장히 다르니까요. 많은 엄마들이 저처럼 힘든 순간을 겪겠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지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낍니다. 출산의 기쁨과 현실의 그림자를 함께 안고 살아가는 모든 엄마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