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워킹맘 은퇴 준비
회사에서 오랫동안 인사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인사 업무에는 채용과 관련된 일 외에 교육 부분도 있죠. 근 20여 년 동안 다양한 외부 강의를 세팅하고 외부 강사들의 강의를 들으며 만족한 경우도 많지만 실망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실망스러운 강의를 들을 때면 저 정도는 나도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 때가 많았습니다.
크몽에 자기소개서 컨설팅 서비스를 올려놓고 의뢰가 들어오고 이런 일로 부수입을 벌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신기함이 조금 사그라들 무렵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현직자 멘토링 의뢰를 받았습니다. 사내에서 사내교육의 일환으로 다양한 강의를 진행해 보았지만 외부인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은 처음. 부끄럽지만 대학시절 교생실습으로 고등학교에서 영어수업도 해보긴 했는데 그건 너무 오래전 일인지라 시작하기 전엔 무척 긴장되더라고요. 다행히도 멘토링이 시작되자 생각보다 떨지 않고 무사히 한 시간을 꽉꽉 채워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 현직자 멘토링을 준비는 동안 우연히 다른 곳에서도 대학교 취업 특강 제의를 받았습니다. 전문 강사가 아닌 데다가 현직자이고 강의가 처음인데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나를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강의라는 것을 즐거워할 수 있는 건지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코로나 시절이어 비대면 강의라는 말을 듣고 호기롭게 OK 했는데 위드코로나로 급 대면강의로 변경되었던 터라 많이 부담스러웠지만, 다행히 첫 강의인지라 연락을 준 교육업체와 테스트 강의를 진행하여 피드백을 받기로 했습니다. 뜬금없지만 PPT를 만드는 것이 즐겁더라고요. 강의를 위해 만든 PPT도 검토받고 연습강의도 진행하면서 내용은 아~주 좋으니 강의 진행 연습만 조금 더 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고 드디어 강의날이 다가왔습니다.
점심시간 후 진행된 강의였지만 무척 떨려 체할 것 같아 간단히 요기만 하고 일찌감치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에 대학 캠퍼스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단풍도 예쁘고 마음이 조금 진정되더라고요. 실제로 강의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떨리지 않았습니다. 실전체질인 걸까요. 강의 시간에 비해 준비한 게 많아서 시간이 조금 모자란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개인적으로는 뿌듯한 첫 강의였습니다.
실제로 대학교 관계자분이 2시간 강의에 다 참석하시고 내용이 너무 좋아서 유익했다며 내년에도 와주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바로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교육업체 관계자분도 현직자 강의가 있을 경우 나를 일 순위로 올려놓겠다는 피드백을 주셔서 첫 강의는 성공적이었던 걸로!
이 경험을 계기로 저는 간간히 대학교 특강을 나가고 있습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제가 어릴 때는 학교에서 매년 장래희망을 적어오라고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것도 별로 없고 뚜렷한 취미도, 취향도 없는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도,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도 대답하기가 너무 습니다. 우연히 어느 해 부모님이 바라는 아이의 장래희망 란에 엄마가 '선생님'이라고 적으신 걸 보고는 저도 제 장래희망을 선생님이라고 적기 시작했습니다.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는데 부모님이 바라는 직업을 가지면 되겠다고 간단히 생각했던 거죠.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찾는, 하고 싶은 일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면 충분하고, 지금까지 해온 것에서 배운 것들을 다음번 하고 싶은 일에 도움이 되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매일 하면서 죽을 때까지 싫증 내지 않고 한다면, 결과적으로 그것이 평생 하고 싶은 일이 된다고 말이죠.
이렇게 평범한 워킹맘으서의 삶 속에서, 우연히 시작된 대학교 강의는 제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이 바라는 직업을 따라 '선생님'이라는 꿈을 적었던 그 순간이 이제는 다른 형태로 실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제 직업이 교사는 아니지만,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게 큰 기쁨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아가고 싶습니다. 매일매일의 작은 경험들이 쌓여 결국 저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가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