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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여사 Oct 23. 2023

나의 힐링 패키지는 무엇일까?

<맑은 가을 하늘 햇살을 느끼며>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의 저자 정여울님은 여섯 살 조카와 통화를 하며 흘린 함박웃음 한 스푼, 영화를 보다가 흘린 눈물 한 움큼, 아주 오래전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의 미친 듯한 설렘 한국자....를 모아모아 나만의 힐링 패키지를 어여쁘게 포장하여 병원에 가지 않고도, 상담사와 만나지 않고도, 내가 나를 치유할 수 있는 모든 마음 치유의 처방전이 들어있는 내면의 생존 배낭을 꾸린다고 한다.


예전의 나였으면 정여울님과 비슷했을꺼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의 허락을 구했지만 엄마가 허락하지 않아 속상해하는 딸아이를 마주칠 생각에) 뻘줌하게 퇴근한 나를 속상했어도 쭈뼛쭈뼛 맞아주는 딸아이를 안아주며 느꼈던 안도감, 주말에 늦잠아닌 늦잠을 자는 아들내미 엉덩이를 때리고는 엉덩이를 때린것에 미안해하는 엄마에게 퉁명스럽지만 괜찮다고 말해주는 아들내미에 대한 고마움, 미숙한 엄마의 실수들에 대해서 호탕하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딸아이의 웃음에서 얻은 기쁨. 왜 이런 것들만 생각이 나는 건지.


꾸역꾸역 생각해내자니 정말 보고 싶은 영화를 난생처음 혼자 영화관으로 보러 갈때의 설레임, 낯선 유럽의 기차역에서 기차를 놓칠세라 뛰어올라 기차를 탔던 안도감, 낯을 심하게 가리던 어린 시절 내가 쓴 글을 처음으로 발표하고 나서 느꼈던 뿌듯함. 나도 나의 몽글몽글했던 그 추억들이 떠올랐지만, 지금 현재를 관통하고 있는 사춘기 아이들의 엄마로서의 정체성이 내 삶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아이들과의 기억만큼 나를 치유해주는 것 같지 않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일이나 남편, 아이들과는 독립된 나만의 힐링 패키지가 찾고 싶어졌다.


나는 나의 친절함이 소중하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선별해서 쌓아놓은 우리집 책장이 좋다.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을 하나씩 쌓아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무심하지만 단단하게 내면을 다지며 언제 찾아와도 따뜻한 친절함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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