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저는 옷을 좋아합니다.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렇다고 패션 센스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멋진 옷을 이어도 키도 작고 동글동글해서 그냥 짜리 몽땅한 아줌마거든요. 그냥 예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옷도 좋아하고 장신구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옷장 가득 차 있는 옷들을 정리하며 나에게 맞지 않는 옷들을 입어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회사 생활을 하는데 적합한 오피스룩은 거의 없고 그렇다고 편안한 옷들도 아닌 것이, 그동안 사댔던 옷들은 다 무엇이었나 싶더라고요.
처음으로 정리한 것은 오래된 옷들. 아이 둘을 낳고 체형도 변했는데 아직은 맞는다는 이유로 쌓아두었던 오래된 옷들을 정리하고 나니 회사에 입고 다닐 얌전한 옷들이 다 사라졌네요. 미니멀을 표방하는 유튜버들의 동영상을 가이드 삼아 검은색 바지, 베이지색 바지, 흰 티셔츠, 검정 티셔츠... 베이식한 아이템들을 구입했습니다. 미니멀을 하겠다고 옷을 줄였지만 기본 아이템들은 있어야 할 것 같았죠. 그리고는 (다행히) 한동안 옷을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옷장에는 아직도 화려한 옷들이 걸려 있었고 새로 구입한 베이식한 아이템들과 돌려가며 잘 버텼습니다.
하지만 쇼핑을 좋아하는 성향이 어디 가나요. 계절이 두어 번 바뀌자 쇼핑이 하고 싶어 졌습니다. 이번에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으니 할머니가 되어서도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사야겠다는 핑계로 쇼핑욕구가 시작되었습니다. 할머니가 되면 더 통통 해질 테니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원피스를 사야겠다는 의식의 흐름으로 원피스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심혈을 기울여 아주 귀여운 빨간 물방울무늬 무늬 원피스를 구입했죠. 겨울이 되어서는 밋밋한 니트 원피스도 하나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계절이 바뀌어 옷장을 정리하고 보니 귀여운 할머니라는 키워드에 꽂혀 지금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사들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생활과 취향은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색과 어울리는 색도 달라지고요. 사십 대의 제 눈에 할머니가 되어서도 입고 싶어 구입한 그 원피스는 정작 할머니가 되고 나서는 입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쇼핑의 기준은 미래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게 어울리는지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멋져 보이는 옷, 내게 편한 옷을 입는 것이죠. 나이가 들수록 깔끔하고 심플한 옷차림이 멋져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