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아들이 태어났을 때 남편 어릴 적과 똑 닮아서 시댁 식구들 사이에서 리틀 남편이라고 불렸습니다. 이년 뒤 둘째 딸을 낳았는데 낳고 보니 첫째와 똑 닮은 아이가 태어나서 내가 열 달 동안 품고 키워 낳았는데 내 유전자는 어디 가고 남편 유전자만 남았는지 서운하고 억울했죠.
저 닮은 아이들이 없어서 속상했는데 세상은 공평한 걸까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들은 여전히 아빠랑 똑 닮았지만, 딸은 점점 저의 모습도 언뜻언뜻 보입니다. 게다가 더 신기한 것은 아이들의 성격과 식성입니다. 아들은 어찌 된 일인지 면을 좋아해서 하루 식사 중 한 번은 꼭 라면이던 칼국수던 비빔국수던 국수를 꼭 드셨던 외할아버지의 식성과 고기를 좋아하는 저의 식성과 비슷합니다. 반면 딸아이는 매운 것은 입에도 못 대는 저랑은 달리 불닭볶음면과 닭발을 좋아하고 해산물과 육회를 좋아하는 남편의 식성을 닮았습니다. 성격도 그렇습니다. 생긴 건 남편을 똑 닮은 아들의 성격은 저와 비슷하고 저를 닮아가고 있는 딸아이의 성격은 남편과 아주 비슷합니다. 참 신기합니다.
참 나 안 닮았네 하다가도 고기반찬만 먹는 아들을 보면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불닭볶음면과 마라탕을 먹는 딸아이를 보면 나와 참 다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저 모습은 나를 닮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싫어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내가 보지 못한 저를 발견하며 나부터 고쳐야겠다 다짐하게 됩니다. 하지 말라는 잔소리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엄마의 모습에 아들도 천천히 물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