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원래 손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십자수, 뜨개질, 재봉질까지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기쁨, 게다가 예쁘기까지 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20대가 되면서 제과제빵에까지 관심이 넓어져 과자, 빵, 케이크를 만들어 주변에 나눠주곤 했죠.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니,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 것이 나의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다. 삼십 대는 폭풍처럼 지나간 것 같습니다. 아침을 만들어 아이들을 먹이고 (시간이 되면 나도 요기하고, 하지만 대부분 내가 밥 먹을 시간 따위는 나지 않았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면 도시락을 만들어 아이가방에 넣고 눈도 잘 뜨지 못하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며 가슴 아파하기도 했고요. 퇴근 후 아이들을 찾아 집에 돌아와선, 서둘러 저녁 식사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집에서 머핀이며 브라우니며 함께 구워 먹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엄마이자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존재했지만, '나'는 정말로 존재하고 있었나 싶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면 사부작사부작 손을 꼼지락 거리며 무언가를 만드는 기쁨을 즐기던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마음껏 할 수 없다는 것이 서글퍼질 때가 있었습니다. 가끔 남편에게 취미생활도 못하는 직장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투덜대곤 했지만, 남편은 그런 게 왜 서글프냐며 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죠.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의 식사를 챙겼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후회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대학생,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여야 한다는 의무는 현재진행 중입니다. 특히 방학이 시작된 지금은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을 싸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저녁으로 먹을 반찬을 해놓는 일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체 먹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던 저는 최근 들어서 종종 요리를 해야 하는 것이 힘이 듭니다. 아니 힘이 든다기보다 많이 귀찮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요. 옛날 사람인지라 집에서 만든 집밥이 제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내가 귀찮다는 이유로 외식을 할 때 죄책감을 느끼곤 합니다. 물론 내가 멋대로 느끼는 죄책감이고, 나 스스로 만든 규칙일 뿐이겠죠. 아이들은 외식을 더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언젠가 음식을 만들고 싶지 않을 땐 밖에서 사 먹고, 만들고 싶을 땐 만들고, 의무이기 때문이 아니라 하고 싶기 때문에 요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