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재작년까지 옷장 정리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옷, 싫어하는 옷, 새 옷, 헌 옷의 기준으로 한바탕 정리를 끝낸 후에도 가득찬 옷들을 바라보며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 옷들을 추려내기 시작했죠. 40대에 접어드니 어릴 때와 체형이 많이 달라지더라구요. 물론 살도 많이 쪘구요.
첫 아이를 낳은 것이 28살. 첫 아이를 낳고 1년 정도 지나자 아이 낳기 전의 몸무게로 쉽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둘째 아이를 낳은 후에는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그 몸무게로 돌아가지 않았죠. 그래도 30대까지는 그 때 샀던 옷들이 모두 맞아서 내 옷장의 옷들은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정리라는 것도 하지도 않고 계속 쌓아가기만 했죠. 하지만 40대가 되니 생활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몸무게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다. 몸무게와 사이즈 뿐만 아니라 무언가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좋아하던 옷이고 잘 어울리던 옷이었는데 미묘하게 어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볼드한 목걸이와 귀걸이를 좋아해서 잘 하고 다녔는데 어쩐지 미묘하게 촌스럽게 느껴집니다. 밝은 색상의 무늬들, 튀는 악세사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악세사리를 지나치게 달면 촌스럽고, 과한 리본, 프릴, 프린트도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무언가는 바로 나이에 따른 분위기 인듯 하단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수록 심플한 옷차림이 멋있습니다.
아직은 미련을 폴폴 풍기며 남아있는 좋아하는 무늬와 색상의 옷과 악세사리들이 있긴 하지만, 나이에 심하게 어울리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것들은 대부분 처분했습니다. 나에게 가치있고 어울리는 악세사리만 골라서 남겨놓았습니다. 살이 쪄서 더이상 맞지 않지만 좋아하던 옷이라서 남겨두었던 옷들도 모두 정리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지금보다 살이 찌면 더 쪘지 더이상 빠질 것 같지도 않고, 나중에 살이 빠진다해도 그 옷이 저에게 어울릴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옷장 안에는 점점 기본스타일만 남아가고 있습니다.
신발도 많이 정리했습니다. 뾰족한 구두들을 좋아해서 잘 신지도 않으면서 색색의 하이힐을 신발장에 쌓아 놓았었는데 나이가 드니 하이힐을 신고서는 허리도 아프고 발도 아파서 더이상 걷기가 힘들어졌습다. 아직은 버릴 수 없는 애착이 가는 몇 개의 하이힐만 남기고 걷기 불편하고 오래된 신발은 모두 처분했습니다.
멀쩡한 물건을 그냥 버리는 것에 죄책감이 들어 비싼 브랜드의 옷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주었고, 멀쩡한 옷들은 기부했습니다다. 요즘은 기부시스템도 편해져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택배로 보내면 되더라구요. 얼마 신지 않은 거의 새 신발들은 동네 온라인 카페를 이용해서 무료로 나눔했습니다.
옷장 속에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옷만 남겨두려고 노력중입니다. 현재의 내가 멋지게 보이는 옷,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옷, 그리고 내가 입고 기분이 좋은 옷을 입고 생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