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요즘 몸이 조금 좋지 않습니다. 8월 초에 시작된 어깨 통증이 목으로 허리로 내려와서 지난주 일요일에는 참을 수 없이 아파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더라고요. 분명 아픈 건 어깨 쪽인데 두통도 생기고 메스꺼움도 몰려와 정신마저 없을 정도였습니다. 급하게 한의원에 가 너무 아프니 침을 강하게 놓아달라고 부탁드리고 치료를 받으니 조금은 운신이 가능한 정도가 되었달까요.
그리고 월요일인 어제는 고등학생인 둘째 아이의 개학날이었습니다. 개학인데 엄마가 몸상태가 좋지 못해 아침도 못 챙겨주고 학원시간이 촉박해서 학교에서 바로 학원으로 간 터라 저녁 시간에도 아이를 보지 못했네요. 보통 10시 즈음 학원들이 끝나니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11시 즈음 잠을 자곤 하는데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버릴까 갈등을 좀 했습니다. 아직도 우리 집의 귀염둥이 막내를 담당하고 있는 둘째는 엄마가 인사도 없이 자버리면 살짝 삐진 척을 하는 아이이기도 하고 개학날인데 하루 종일 얼굴도 못 봐서 졸음을 참고 기다렸네요. 10시 반쯤 돌아온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과일을 닦아 준 후 엄마는 먼저 자겠다고 안방에 들아가자 따라 들어오는 딸아이. 뭔가 수다가 필요했는지 조잘조잘 옆에서 이야기하는데 점점 잠으로 빠져드는 내 정신이라니.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대화를 하다가 번뜩 정신을 차려진 대화.
아이가 아침 등굣길에 새똥을 맞을 뻔했다네요. 간발의 차이로 바로 옆으로 퍽 하고 새똥이 떨어져서 기분이 나빴다고. 그래서 제가 말해주었죠. 새똥을 안 맞고 피했으니 얼마나 운이 좋냐고. 엄마가 중학생 때 엄마 친구는 머리에 퍽 하고 맞아서 학교에서 머리를 빨았다고. 그랬더니 딸아이가 하는 말,
"그러네 엄마, 정말 럭키비키잖아!"
바로 긍정적으로 받아주는 딸아이의 이 말 한마디에 잠이 확 깼습니다. 이런 아이가 제 딸이어서 얼마나 좋은지, 딸아이가 얼마나 예쁜지. 그 후에도 딸아이는 한참을 조잘조잘 떠들다가 방으로 돌아가고 저는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출근길 아이들이 어릴 때 아이들이 했던 귀여운 대화들을 블로그에 남겼던 일을 떠올리며 어제의 이 귀여운 대화도 기록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로는 이런 예쁜 대화를 나눌 일이 이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네가 엄마 딸이어서 엄마도 완전 럭키비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