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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여사 Aug 20. 2024

네가 엄마 딸이라서 완전 럭키비키야!

<매일 글쓰기>

요즘 몸이 조금 좋지 않습니다. 8월 초에 시작된 어깨 통증이 목으로 허리로 내려와서 지난주 일요일에는 참을 수 없이 아파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더라고요. 분명 아픈 건 어깨 쪽인데 두통도 생기고 메스꺼움도 몰려와 정신마저 없을 정도였습니다. 급하게 한의원에 가 너무 아프니 침을 강하게 놓아달라고 부탁드리고 치료를 받으니 조금은 운신이 가능한 정도가 되었달까요. 


그리고 월요일인 어제는 고등학생인 둘째 아이의 개학날이었습니다. 개학인데 엄마가 몸상태가 좋지 못해 아침도 못 챙겨주고 학원시간이 촉박해서 학교에서 바로 학원으로 간 터라 저녁 시간에도 아이를 보지 못했네요. 보통 10시 즈음 학원들이 끝나니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11시 즈음 잠을 자곤 하는데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버릴까 갈등을 좀 했습니다. 아직도 우리 집의 귀염둥이 막내를 담당하고 있는 둘째는 엄마가 인사도 없이 자버리면 살짝 삐진 척을 하는 아이이기도 하고 개학날인데 하루 종일 얼굴도 못 봐서 졸음을 참고 기다렸네요. 10시 반쯤 돌아온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과일을 닦아 엄마는 먼저 자겠다고 안방에 들아가자 따라 들어오는 딸아이. 뭔가 수다가 필요했는지 조잘조잘 옆에서 이야기하는데 점점 잠으로 빠져드는 정신이라니. 그렇게 비몽사몽으로 대화를 하다가 번뜩 정신을 차려진 대화. 


아이가 아침 등굣길에 새똥을 맞을 뻔했다네요. 간발의 차이로 바로 옆으로 퍽 하고 새똥이 떨어져서 기분이 나빴다고. 그래서 제가 말해주었죠. 새똥을 안 맞고 피했으니 얼마나 운이 좋냐고. 엄마가 중학생 때 엄마 친구는 머리에 퍽 하고 맞아서 학교에서 머리를 빨았다고. 그랬더니 딸아이가 하는 말,


"그러네 엄마, 정말 럭키비키잖아!" 


바로 긍정적으로 받아주는 딸아이의 이 말 한마디에 잠이 확 깼습니다. 이런 아이가 제 딸이어서 얼마나 좋은지, 딸아이가 얼마나 예쁜지. 그 후에도 딸아이는 한참을 조잘조잘 떠들다가 방으로 돌아가고 저는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출근길 아이들이 어릴 때 아이들이 했던 귀여운 대화들을 블로그에 남겼던 일을 떠올리며 어제의 이 귀여운 대화도 기록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로는 이런 예쁜 대화를 나눌 일이 이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네가 엄마 딸이어서 엄마도 완전 럭키비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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