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가치 있게 하는 관계에 대하여
설거지하다 문득,
나도 이 그릇처럼
인간관계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그릇에
어떤 음식이 담겼었는지
설거지 후에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찬장에 있는 그릇을 보고,
마지막에 어떤 음식을 담았는지 알 수 없다.
그릇들은
자기가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의 음식만 담고,
그 흔적들을 말끔히 다 씻어낸다.
그릇에 뚜껑이 없는 탓일까,
어떤 것도 거리낌 없이 다 수용하지만,
나중에 조금의 미련도 없이 털어낸다.
나도 그릇 같은 인간관계를 하고 싶다.
모두를 수용할 줄 알지만,
내가 담을 수 있는 분수를 알고,
아픔도 상처도 미련 없이 씻어내고 싶다.
하지만 가끔은,
정말 가끔은
음식을 담거나 먹을 때 생긴
상처들이 좋고,
날 더 가치 있게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난 내 그릇에 사람들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