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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채의 사유하는 삶 Oct 30. 2022

오늘도 난 내 그릇에 사람들을 담는다.

나를 더 가치 있게 하는 관계에 대하여



설거지하다 문득,


나도 이 그릇처럼

인간관계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그릇에

어떤 음식이 담겼었는지

설거지 후에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찬장에 있는 그릇을 보고,

마지막에 어떤 음식을 담았는지 알 수 없다.


그릇들은

자기가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의 음식만 담고,

그 흔적들을 말끔히 다 씻어낸다.


그릇에 뚜껑이 없는 탓일까,

어떤 것도 거리낌 없이 다 수용하지만,

나중에 조금의 미련도 없이 털어낸다.


나도 그릇 같은 인간관계를 하고 싶다.

모두를 수용할 줄 알지만,

내가 담을 수 있는 분수를 알고,

아픔도 상처도 미련 없이 씻어내고 싶다.


하지만 가끔은,

정말 가끔은

음식을 담거나 먹을 때 생긴

상처들이 좋고,

날 더 가치 있게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난 내 그릇에 사람들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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