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을 읽고

by Re나


오랜만에 서점을 가보았다. 미니 교보문고가 늘 아쉬운 부산이지만, 새해가 밝아오면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법, 역시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기다리던 신뢰하는 작가의 신간만큼 마음 두근거리게 하는 책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몇 가지 경쟁작을 물리치고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선택했다. 이제는 ‘김애란’을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반가운 인사의 기능을 상실한 ‘안녕’이라는 말, 말하지 않음으로써 서로를 보호하고, 상처를 더 깊게 만들지 않으려는 선택, 마지막 장을 덮으며 눈물을 흘렸다. 김애란 작가는 그 선택이 얼마나 고단한 배려인지, 그리고 얼마나 한국적인 감정 윤리인지 조용히 보여준다.

서가에 꽂힌 『바깥은 여름』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는 오래전 어느 날도 김애란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가졌었지만 왜인지 서가에 가지런히 꽃아 둔 채 마음을 열지 못했던 것 같다.

김애란은 특별한 어휘를 쓰지 않는다. 너무 익숙해서 스쳐 지나갈 법한 말들 — 괜찮다는 말, 바쁘다는 말, 다음에 보자는 말 — 이 이 소설에서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갖는다. 문체가 감정을 밀어붙이지 않기 때문에, 평범한 말들이 오히려 더 잔인해진다. 우리가 실제 삶에서 가장 많이 상처받는 방식과 닮아 있다. 그 침묵이 정말로 배려였는지, 아니면 두려움이었는지. 읽고 나면 마음이 조용해지고 눈물이 나는 이유.

언어의 단정함은 감정의 절제가 아니라, 감정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태도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


말하지 못한 마음이, 가장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종종 지난 인사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 왜 그렇게 말했는지, 왜 더 말하지 않았는지.
김애란의 문체는 바로 그 질문을, 아주 조용히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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