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군인이 되는 길은 다양하다. 직업군인은 장교 혹은 부사관으로 나눌 수 있다. 장교와 부사관은 서로 다른 특성이 있는데, 장교는 부대의 책임자로서 의무와 권한을 가지며 지휘관으로 보직될 수 있다. 부사관은 장교를 보좌하며 병사를 관리하는 등 중간관리자로서 전문적이며 고정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부사관보다 장교는 잦은 보직/부대이동이 이루어지며 계급정년도 짧다. 정년 내 상위계급으로 진급하지 못하면 전역을 해야 하지만 부사관은 한 번만 장기 복무에 선발이 되면 상사의 정년인 53세까지의 복무가 보장된다. 한마디로 부사관은 장교보다 안정적, 전문적이지만 장교는 부대 운영, 병력 지휘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진다. 또한 장교가 부사관에 비해 높은 월급 및 연금 혜택이 있다.
나의 경우 장교로서 육군에서 복무했다. 내가 장교가 되길 선택한 이유는 리더십과 책임감에 대한 경험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일반회사에서는 사회 초년생의 경우 조직에서 막내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장교로 군 생활을 하면 내가 책임져야 하는 병력이 생긴다. 사실 당시에 나는 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쉽지 않아 보였지만 삶에 큰 배움을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지원하였다.
육군 장교가 되는 방법은 육군사관학교, 3사관학교, 간부사관, 학사사관 등이 있으며 임관 형태마다 의무복무기간 및 혜택이 다르다. 이는 육군본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나의 경우 학군사관, 이른바 ROTC로 군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ROTC가 되려면 우선 ROTC가 설치된 전국 113개 대학교에 재학해야 한다. 이후 1~2학년 때 매년 3월에 모집하는 ROTC 모집 시기에 지원하면 된다. ROTC는 장교 선발 비율의 약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본인이 정말 육군 장교가 되고 싶다면 입학할 대학을 고를 때 ROTC 설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남군 ROTC는 학교별로 선발하지만, 여군 ROTC는 조금 다르다. 성신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와 같이 ROTC가 설치된 여대는 남군과 같이 학교별로 선발이 이루어 지지만, 이 외 여군 ROTC의 경우 전국 10개 권역별로 선발한다. 매년 경쟁률이 다르지만, 권역별로 선발하는 여군 ROTC는 학교별로 선발하는 ROTC에 비해 경쟁률이 높다. 이 점도 참고해서 대학을 지원하기를 바란다.
ROTC에 지원하기로 했다면 가장 먼저 준비를 시작해야 부분은 ‘체력 측정’이다. 체력은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총 3종목을 측정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체력은 절대 단시간 내에 만들 수 없다. 모집 요강에 따른 합격 기준을 먼저 확인하고 스스로 테스트해 보길 바란다. 체력은 많이 해보는 방법밖에는 늘릴 방법이 없다. 정 안 되겠으면 헬스트레이너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 나의 경우 평소 운동을 잘 하긴 했지만, 체력은 좋지 않았다. 특히 뜀걸음(달리기)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운동이었다. 한번 뛰어보았더니 합격 기준에 살짝 모자라서 당일에 어떻게든 될 거라는 마음으로 아무 준비도 안 하고 시험을 치르러 갔다. 결과는 겨우 합격이었다. 합격자 중 뒤에서 2등으로 들어왔고 어떤 사람들은 체력이 통과가 안 돼서 두 번이나 뛰었지만 끝까지 통과하지 못해서 탈락 처리되었다.
필기시험, 면접을 거쳐서 최종 합격했지만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생겼다. 모든 전형에서 합격 후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빈혈로 진단받아 불합격 처리가 되었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12 이상이 정상이지만 7 정도로 너무 낮은 수치가 나와서 합격이 취소되었고 당장 큰 병원에 가 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혈액검사를 다시 받아 정상이 나오면 합격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했다. 1주일 정도 철분제를 매일 챙겨 먹고 다시 검사를 받았지만, 헤모글로빈 수치가 1주일 만에 오를 리 없었다. 그래서 최종 불합격을 통보받았다. 당시 간절했던 마음에 한 번 더 확인차 전화해 봤는데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하여 1주일의 시간을 더 벌었고 산모가 출산 후 맞는 링거 수액을 맞으며 철분을 보충했다. 결과는 다행히 합격이었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12로 올랐는지 아니면 근접한 수치가 되어 모집처에서 합격 처리를 해준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빈혈이 이렇게 심각했다는 것과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건이었다.
모집에 합격하면 ‘학군사관 후보생(ROTC 후보생)’이 된다. 대학 생활을 병행하며 3학년부터 한 학기당 3학점인 군사학을 이수하고 방학 때 군사훈련을 받는다. 후보생 기간 받는 군사훈련은 총 12주이며 3번에 걸쳐 훈련을 받게 된다. 훈련에 입소하는 시기는 매년 다르고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입소할 수도 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학군단에 문의하길 바란다.
대학 생활과 후보생 생활을 병행하다 보면 일반 대학생보다는 바쁜 대학 생활을 보낸다. 방학이 거의 없다. 2학년 겨울방학부터 4학년 겨울방학까지 5번의 방학 중 3번의 방학에 4주간의 훈련을 떠났다. 나는 복수전공을 하면서 졸업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계절학기를 이수할 수밖에 없었다. 3학년 여름방학에는 4주간 계절학기를 이수하고 4주간 훈련을 다녀왔다. 졸업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임관을 할 수 없고, 임관을 1년 유예하고 다음 연도에 임관할 수 있다. 대학 생활 중 복수전공 등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훈련 일정을 반드시 먼저 고려하고 미리 계획하길 바란다.
후보생 생활을 무사히 마치면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사관생도나 사관후보생 또는 장교 후보생이 장교로 임명됨)하여 2년 4개월간의 군 복무를 시작하게 된다. 병과학교에서 4개월간 교육을 받은 후 부대로 배치되어 본격적인 임무수행을 하게 되며 복무를 마치고 전역(퇴역)하거나 장기복무 혹은 연장복무에 지원하여 합격할 경우 군복무를 더 이어 나갈 수 있다.
ROTC 모집에 합격했다면 임관 전까지 준비하면 좋은 것들이 있다. 필수는 아니다.
첫 번째는 운전면허이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차를 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유용할 것 같아서 임관하기 직전에 운전면허를 취득했고 이는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부대에 가자마자 차가 필요한 일이 생겼고 덕분에 차를 빠르게 몰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는 영어 성적이다. 군에서도 여러 가지 항목들을 통해서 개인을 평가한다. 그중 중요한 것은 외국어 성적이다. 외국어 성적이 있으면 파견, 해외파병, 위탁교육, 장기 선발, 진급 등에서 남들보다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당시 나는 군 생활을 이어 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군 생활을 계속하든 안 하든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여러 선배님께서 조언해 주셨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영어 성적이다. 군에 있든 사회에 나가든 필요한 것이니 시간 날 때 취득해 놓으라고 말씀해 주셨다. 실제로 나는 900점대 토익점수를 개인 자력에 등록해 놓았더니 상급 부대에서 파견 및 각종 교육에 대해 먼저 연락을 주시기도 하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았을 때 해외파병을 지원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깊게 남는다. 영어 성적 이외에도 각 병과에 따라 인정해 주는 자격증 목록이 있다. 이를 확인하고 미리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한다면 군에서도 사회에서도 유용할 것이다.
세 번째는 대학 생활에 충실하기이다. 군에 대한 경험은 방학 간에 가는 훈련으로 충분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대학 생활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면 학업과 학교생활에 충실하길 바라며 기회가 된다면 대외활동 등에도 관심가지길 바란다. 나는 대학생활간 아주 많은 대외활동을 병행하였는데 취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보다 이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이 피와 살이 되었다. 특히 기자단 활동을 여러 개 하였는데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 공문을 쓸 때 도움이 되었다. 도움 되지 않는 활동은 없다. 어차피 나는 곧 임관하니까 놀자라는 마인드도 좋으나 개인적으로 바쁘게 보냈던 대학생활이 후회되기는커녕 이때 뭐라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