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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걸즈 Oct 23. 2024

육군 장교의 고난과 극복

21~22년도에 임관한 전투병과 장교들은 부대 배치 전 병과학교에서 KCTC 훈련을 했다. KCTC 훈련이란 공포탄의 격발을 인지할 수 있는 과학화 장비(마일즈 장비라 일컬음)를 장착하고 실제 전장과 같은 묘사를 하는 훈련을 말한다. 쉽게 대규모 서바이벌 게임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총 2주간 강원도 인제에서 훈련을 받았고 3박 4일간의 전투를 벌였다. 전투 기간에는 밤낮 할 것 없이 적의 총성이 오가며, 급박한 상황에 부닥치고는 했다. 


가장 힘든 것은 ‘추위’였다. 5월 강원도 인제의 산속은 체감온도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다. 밤에 산속에서 추위를 견디는 것은 피할 방법이 없는 고통 그 자체였다. 해 뜨기 바로 전 4~5시쯤이 가장 추웠고, 너무 추워서 잠들고 싶지 않았다. 옷을 몇 겹을 껴입었지만,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말 힘들었다. 씻지 못해 대형 물티슈로 몸을 닦고, 화장실은 간이텐트를 설치해 해결하는 상황이었지만 극심한 추위로 인한 힘듦이 너무 커서 다른 힘듦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러한 훈련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체력과 꼼꼼한 준비성이 필요하다. 나는 특히 준비성으로 훈련을 대비하였다. 별생각이 없는 친구들은 5월이기에 춥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옷을 안 챙겨갔지만 나는 최소한의 내복과 핫팩을 많이 챙겨갔다. 훈련은 템전이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부대에 배치를 받은 후 생긴 휴일에 무엇을 해야 할지였다. 우리 부대는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 어려운 외진 곳에 있었고 지역에는 아는 사람 한 명 없었다. 평일은 퇴근하고 나면 피곤해서 바로 잠들었지만, 주말에는 정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차가 없을 당시에는 어딜 갈 수도 없었다. 휴가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너무 외로웠다. 차를 사서 근처를 돌아다니고 헬스장을 등록해서 운동을 다녔지만 외로운 것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비혼주의자였는데 혼자 살아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혼자 산다는 것이 익숙해지지 않았고 지역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더욱 외로움을 느꼈다. 사람들이 왜 결혼을 하고 가족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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