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그만두지 않고 싶다. 10년 후를 상상하면 어떤 일을 할지보다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들었다.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고민해 봄 직한 내용인 것 같다. 반대로 같은 조건의 남성이라면 어떤 고민을 할까?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한 번은 엄마에게 농담식으로 여쭤봤다. “엄마 내가 애 낳으면 육아 도와줄거야?” 엄마는 단호히 대답하셨다. “아니 그건 아니지… 왜냐하면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게 맞거든. 그게 맞아.” 할 말이 없었다. 정말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돕기 위해 황혼 육아를 자처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신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 없는 건 아니지 않는가? 부부가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 제도적 시스템의 필요성을 체감하였다. 그래서 취업을 한다면 육아휴직이 보장되는 직장에 다니고 싶다.
왜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은가? 직업인으로서 경제적 자율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내가 일해서 번 돈의 가치를 배우게 되었고 경제활동의 자유를 얻게 되면서 엄청난 보람을 느꼈다. 내가 번 돈으로 산 가장 맘에 드는 물건은 자동차였다. 운전을 하면서 행동반경이 넓어졌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또한 직장에서의 사회생활을 통해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도 있다. 사실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역할을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군인이 되기 전의 나와 후의 나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 되었고 굉장히 성장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과 부딪히며 부대 운영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2년의 군 생활에 절대 후회는 없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 친절함도 능력이다. 2년의 사회생활 간 어려운 일이 참 많았다.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다. 본인 일도 아니고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 내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흔쾌히 도와주셨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친절한 사람들은 대체로 업무능력도 좋았다. 어떤 조직에 소속되는 한 어디를 가든 혼자 하는 일은 없기에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내게 오는 사람들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