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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역사 교사가 사랑하는 문장들 #23

"산다는 것은 타인의 견해를 가지고 코바늘뜨기를 하는 것이다." - 은유

by 박예정

어느 직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좋은 점이 참 많은 직업인 것 같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대립과 갈등,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지만 서로 주고 받는 이야기 속에서 미래와 가능성, 방향성을 찾으려는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에서의 학생이 (스스로 또는 어른의 시선에서) 도달했으면 하는 성장과 목표,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교사와 학교 및 학부모의 노력과 전문성 등 다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주제들이 학교생활에서의 주된 얘깃거리입니다. 어쩌면 막연하고 이상론적이어서 비생산적 또는 비합리적으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항간에는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가 '교육 전문가'"라는 말이 떠돌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교육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이 매우 높다보니 나오는 말 같습니다. 사실에 가깝기도 하고, 자조적이기도 하며, 풍자적이고, 비판적으로도 들리는 말입니다. 이 말이 담은 다양한 뜻에도 불구하고 활실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교육과 관련한 하나의 사실, 하나의 사건, 하나의 쟁점에 대해서도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갑니다.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야기부터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의적절한 대안까지 참 다양합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성장과 미래를 생각하며 건네는 말들이기에 '견해'로써 이를 받아들이고 비판하는 데 있어 보다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대화에 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성격상 타인의 견해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비판적이지만은 않기에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합니다.


혼자만의 감상으로 이상주의적인 생각에 빠져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작가가 남긴 문장에 담겨 있는 통찰력이 저에게 말해주는 바는 "매일이 지치고 힘들더라도 아이들과 코바늘뜨기를 하는 것을 멈추지 말라."인 것 같습니다. 수업을 비롯한 학교생활에서 마주하는,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할 대상들과 열심히 코바늘뜨기를 하다보면 개인적인 감상에서 출발한 생각이 힘을 얻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합니다. 오늘도 그저 하루하루 묵묵히 어디에 코바늘을 넣었다 빼야할지, 타래가 엉켰다면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하는지를 대화하며 해결해 나아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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