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란 무엇인가" "공부란 무엇인가" 등 "~란 무엇인가"라는 소위 약빤 칼럼으로 유명한 서울대 김영민 교수님의 신작 "한국이란 무엇인가" 책을 읽었다.
책은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 크게 세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홍익인간과 단군 신화서부터 민주화 혁명을 거쳐 오늘날의 한국의 모습까지 조망하는 3-4페이지 분량의 토막글로 구성되어 있다.
워낙 위트있게 글을 쓰시는 분이라 술술 읽을 수 있었는데, 특기할 만한 내용만 언급하자면, 단군신화 조차 제국을 의식한 정치 신학이며, 역설적이지만 과거 군사정권이라는 절대악이 있었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태동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저명한 사회과학자와 정치학자들의 언급을 인용하여 오늘날 한국사회에 위트있게 적용하는 점도 재밌었다. 사실 책의 요지는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적어도 양적인 지표에서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해 여러 병폐가 발생했고, 그 결과 오늘날 계엄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뻔한 얘기지만, 이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전혀 진지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러나 독자들로 하여금 현재 한국이 어떻게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통렬하게 반성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흔히 진정한 고수는 유치원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들 하는데, 김영민 교수는 본인의 전공인 (딱딱한) 정치철학사를 일반 독자들도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수의 반열에 오른 사람인 것 같다. 학부 시절에 왜 김영민 교수의 수업을 듣지 않았을까 후회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