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회사에 남기는 제언 그리고 조직 문제 일반론


떠나는 회사인데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남기는 제언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당장 내일 회사를 떠나는 마당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기도 하지만, 퇴사하는 그날 나는

10년간 다녔던 경험을 응축했던 보고 느낀 회사생활의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작심하고 적어 내려갔다.


퇴사 이후 동료로부터 건너 들은 사내 게시판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올린 다음날 월간 추천수 탑에 오르더니, 일주일도 안돼서 연간 추천수 두 번째 오르게 되었으니 말이다.



(게시판에 올린 글 중 일부)


Top-down은 빠른 회사인데 Bottom-up은 매우 느림

- 임직원의 engagement가 고객의 그것만큼 중요해진 현재, Bottom-up이 되지 않는 회사는 갈수록 도태될 수밖에 없다.

- 게시판에 꾸준히 올라오는 여론과 민심이 정책이나 경영에 반영되는 속도가 정말 느리다.

- 10년 가까이 같은 문제 (e.g. 단기적 성과 집착, 개발자 갈아 넣는 문화, 타회사 대비 임금 역전 현상)가 반복 제기되어도 계속 바뀌지 않는 것들은 임직원 VOC 체계가 부재하거나 고장 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도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 높은 직급의 임원도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개인의 힘으로 어젠다 세팅을 할 구조적 권한과 능력이 없음. 여론에 떠밀려야 뒤늦게 행동하는 사례.

- 예: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도 IT기업임이 무색하게 재택근무 및 비대면 업무환경 보급에 십 수개월이 걸림


패스트 팔로워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 혁신을 지향하나 혁신에 필수 동반되는 리스크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혁신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끝남.

- 미래를 내다본 아이디어와 제안들은 채택되지 않고, 오히려 현자적 시각을 제시한 사람을 깔아뭉게는 경우를 본 적이 꽤 있습니다.

- 도전과 시도 자체를 환영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다. 리스크 테이킹을 해서 성공하지 못했을 때 책임을 지는 게 두려워 손가락질 받아본 사람은 더 이상 나서지 않는다.


(글 일부 발췌)


예전 버전의 게시판의 경우는 이렇게 여론이 커지면, 청와대 국민청원의 그것처럼 담당 임원이 답글을 반드시 달아야 하는 규칙이 있었는데, 게시판이 신규로 개편되면서 그런 의무는 사라졌다. (추천 수 5,000이 되면 임원의 공식 답변 제도가 있으나 현실은 게시글 추천수 백개가 넘기기도 힘들다)

장외에서 어떤 여론이 형성됨은, 문제가 부풀었거나 니즈가 있다는 말이고, 사측에서는 민심을 읽는 방편으로 삼을 수 있다. 특히 워킹레벨 실무와의 라이프에서 동떨어진 임원진의 경우는 더더욱.


예를 들어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여 장기적 비즈니스 플랜을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나 십수 년이 지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로 그대로 가게 된다.


문제는 특정 이슈로 여론은 뜨거워지고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는데, 누구도 대응하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에 발생한다. 그 문제는 비슷한 형태로 반복 제기되는데 리더십에서 해결할 낌새는 안보이니 불만은 원성으로, 원망으로, 그리고 체념 또는 조롱의 반응으로 서서히 변화한다.


무언가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렸지만 실제로 바뀌는 게 있을까?

직원들이 너무 임원과 오너만 바라보고 불평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문제는 아닐까?

조직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정녕 오너나 C레벨급뿐인가?


앞으로 어떤 조직에 가더라도 다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해결해줄 누군가'를 찾지만 결국 문제가 곪아 터지는 걸 방치하지는 않을까.

비판은 쉽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임직원들은 조직에 어떻게 참여해야 할까. 어떤 인센티브를 통해서 건전한 커뮤니티를 일굴 수 있을까.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 글 전문 읽으러 가기

https://brunch.co.kr/@3094d58aacac46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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