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이의 결혼

by 최희순

어릴 때부터 예쁘장하게 생긴 은이는 아버지 상기가 죽은 이후로 순자가 거두어 키우다시피 하였다.

은이의 동생들 동진과 동형, 그리고 그 아래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아이도 마찬가지였지만 순자는 어릴 때 딸을 대하듯 키워냈다. 은이는 사춘기를 지나자 동생들과 독립을 해서 살게 됐다. 순자가 잘 데리고 가르친 덕에 은이는 살림솜씨도 야무지고 음식도 곧 잘 만들어내었다. 똑똑하기까지 해서 은이는 그야말로 손이 갈 일이 별로 없었다. 순자는 아이들이 필요한 게 없는지 살뜰히 보살피고 필요한 게 있으면 아낌없이 내주었다. 동진이도 그렇거니와 동형이도 부모의 가르침이 모자란 탓이었던지 엇나가길 여러 차례였고 순자는 몇 번이나 경찰서나 구치소로 찾아 나서기도 하였다. 없는 살림에 합의금까지 대느라 순자는 속이 끓었다.

순자네 가족들이 화성 근교로 이사 온 이후로 자주 연락하지는 못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신경이 쓰이는 아이들이었다. 은이는 스물여섯이 되자 화성에 순자의 집으로 한동한 내려와 지내면서 결혼준비를 도와달라 했다. 순자는 부모 없이 자란 티가 날까 상견례부터 혼수까지 제 딸 시집보내듯 그렇게 모자람이 없게 도와주었다.

드레스를 고를 때도 은이는 제일 비싸고 화려한 것을 고집했다. 순자는 말리면 제 딸이 아니라 그런다고 서운해할까 봐 모두 그러라 허락했다. 혼수도 빠짐없이 하나하나 골라 보냈고 함상자도 물론 신경 썼다.

윤기는 보잘것없는 집으로 시집가겠다 마음먹은 조카딸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결혼할 때도 아무것도 안 해주고 딸 같은 제 조카를 데려가는 게 화가 나서 결혼식 내내 인상을 쓰고 있었다.

곁에서 친언니처럼 지내던 은이가 신부대기실에 앉은 모습을 보고 태영은 공주님 같다고 생각했다.

키도 크고 늘씬한 편이었던 은이에게 잘 어울리기도 했지만 태영은 그런 옷을 입은 사람은 직접 보기는 처음이라서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

"언니! 공주님 같아. 아냐 아냐. 천사 같아!"

배시시 웃으며 곁에 앉던 태영의 손을 잡던 은이가 신부대기실로 들어오는 순자를 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작은엄마, 제가 잘할게요. 결혼식 끝나고도 잘할게요. 고마워요. 작은엄마"

은이는 하얀 장갑을 낀 순자의 손을 잡으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래, 가서 잘 살아. 잘 살면 되는 거야. 잘 커줘서 고맙다. 은이야"

두 사람은 한참을 눈물을 서로 닦아주며 서로를 껴안았다.

그러나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에 은이는 두어 번 인사만 오더니 이내 연락이 끊겼다.

신혼 재미에 푹 빠져있나 보다 하던 순자도 몇 달이 몇 해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마음 한구석에 괘씸한 마음이 생겼다.

어느 날은 방바닥을 닦다가 문득 은이 생각이 나자 손에 든 걸레를 바닥에 던지며

"내가 저한테 어떻게 했는데... 잘한다더니 연락 끊고 소식도 없는 게 잘하는 거였냐. 나쁜 계집애!"

순자는 말없이 다시 걸레를 집어 방을 닦는다.

그래도 저만 잘 살면 되지 하는 생각에 머릿속을 헤집던 서운한 마음을 방바닥을 닦으며 함께 지워냈다.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