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 태영

by 최희순

오래간만에 윤기의 양복을 하러 간 날이었다.

세 돌을 훌쩍 지난 태영이에게 빨간 원피스를 입히고 하얀 타이즈와 빨간 구두를 신다. 오밀조밀 예쁘게 생겨 피부도 윤기를 닮아 뽀얀 태영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세 사람은 양복을 맞추러 양복점에 들어갔다.

양복점 주인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치수를 재는 동안에 태영이는 문밖에 리어카를 만지며 놀고 있었다.

잠시 잠깐 한눈을 판사이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태영아?!"

하고 돌아보니 아이가 없다!

순자와 윤기는 놀라서 주변을 다 뒤졌다. 파출소에 신고를 했지만 아이가 사라진 지 오래되지 않아 실종신고는 받아주지 않았다. 몇 시간을 찾아 헤매도 아이는 흔적도 없었다.

'혹시 하수도에 발을 잘못 디뎌 빠져 버렸을까?'

순자는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면서도 도로 가장자리 하수구 구멍마다 가슴을 졸이며 들여다보았다.

하수구 앞에 무릎을 꿇고 플래시를 비추며 혹시라도 죽은 아이가 보일까 봐 걱정과 긴장을 하면서 온 동네 땅구멍은 다 들여다보았다. 저만치 빨간색 비슷한 것만 보이면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내 이인가 싶어 몇 번이나 달려갔었더랬다.

애가 탔다. 아이가 순식간에 없어진 게 이상했다.

윤기와 순만이 놀라 다리힘이 풀려 쓰러진 순자를 대신해 여기저기 아이를 찾으러 뛰어다녔다.

"혹시 빨간 원피스 입은 여자 아이 못 보셨을까요? 키는 요만하고 세 살 정도 됐는데요"

"아니요. 못 봤는데요."

사탕 사러 구멍가게에 갔을까? 슈퍼마다 들어가서 아이에 대해 물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루가 지났다. 파출소에 실종신고를 했다.

"아이들이 미아로 들어오면 시흥 경찰서 미아보호소에 모았다가 고아원에 보냅니다. 혹시 거기 한번 가보시죠?"

순경의 말에 윤기와 순만은 미아보호소로 향했다. 실종 이틀째 아침 아홉 시였다.






낯선 곳에서 잠에서 깬 태영은 울지도 않고 두리번거리며 가만히 눈치를 보는데 문을 열고 아주머니 한분이 들어오신다.

"아유, 이 이쁜 아가는 누구래?"

"길에 혼자 있길래 데려왔어요."

아저씨인지 오빠인지 모를 남자 여럿이 한 방에 모여 사는 곳 같아 보였다.

"아니 그래도 애를 덥석 데려오면 어떻게 해! 얘 부모 애간장 다 녹겠네!"

"...... 아.. 그건 생각 못했네요... 내일 미아보호소에 보내야겠어요."

태영은 아줌마와 젊은 아저씨가 대화하는 와중에 응가가 마려웠다.

"아저찌... 으.. 응가"

사람들이 아이에 말에 관심을 두지 않아 태영은 몇 번을 부르다 그만 실수를 해버렸다.

아주머니가 뒤늦게 알아차리고 아이의 원피스와 타이즈를 벗겨서 빨았다. 태영은 다음날 메리야스와 팬티 한 장만 입고 미아보호소로 가게 되었다.

미아보호소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바닥에 돗자리 같은 걸 깔고 앉아 있었다. 거기에 있던 어떤 아주머니가 찬물에 밥을 조금 말아서 숟가락으로 떠 먹여주었다. 잘 받아먹던 태영이 눈에 저만치 양복을 입은 삼촌과 아빠가 지나간다.

"삼춘~! 아빠!"

정신없이 담당자를 찾아 들어가던 순만과 윤기는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아이가 메리야스와 팬티만 입고 앉아 자신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태영아!"

윤기는 헐레벌떡 달려가 딸내미를 들어 올려 품에 안았다.

"아빠!!"

"어디 갔었어? 응?"

"오...오로바이 아저찌가 나 태워서 가쪄! 휘잉~타고 가쪄"

윤기는 안도했다. 유괴는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었는데 내 새끼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납치당할 줄이야!

순자 또한 아이가 헐벗고 돌아오자 안도하면서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했다.

"차칸 아저찌가 오로바이 태워주고 사탕도 주고 해떠"

"옷은? 옷은 누가 벗겼어?"순자가 가만히 묻자

"내가 응가해서 아줌마가 옷 빨아줘떠!"

배시시 웃는 태영이를 보고 별일이 없었던걸 짐작했다. 떨군 심장을 다시 주운 듯 순자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한동안 놓지를 못했다.

하수도 구멍에서 아이를 건져 올리게 될까 봐 밤을 새워 울며 찾아다닌 아이가 멀쩡히 상처하나 없이 돌아온 것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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