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싸개

by 최희순

대훈이와 명훈이는 오줌싸개였다.

초등학교에 가서도 밤에 소변을 잘 가리지 못했다. 어릴 때는 그러려니 했던 순자도 엄동설한에 매일 이불 빨래를 하게 되자 아이들이 오줌을 쌀 때면 화가 치밀었다. 종일 나가서 고된 일을 하고 돌아와서 쉬어도 모자란데 밤마다 몇 번씩 아이들을 깨워야 해서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자기 전에도 소변을 보게 하고 자다가도 깨우느라 마음 편히 잘 수가 없었다.

"대훈아!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쉬하고 자야지. 얼른...?!!! 이놈의 자식이 고새 쌌네! 아휴... 정말 못살것네! 어서 일어나!!!! 옷 갈아입게!"

깨우다 보니 이미 잠결에 소변을 누어버린 아들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옷을 벗겨냈다.

지린내가 가실 날이 없었다. 한 명이 안 싸면 다른 한 명이 싸는 통에 순자의 손은 마를 날이 없었다. 노란 양은 주전자에 물을 끓여 꽁꽁 언 수도를 녹여서 이불 빨래를 하고 있으면 지나가던 옆집 김 씨 아주머니가 또 쌌냐며 묻는다.

"또야? 아이구 대훈이 어매 죽어나네... 쯧쯧... 애들 야뇨증이 있나 본데 한의원에 가서 약이라도 해 먹여 봐!"

"그 약 먹으면 고쳐진대요?"

눈이 반짝한 순자가 벌겋게 얼어붙은 두 손을 모아 호호 불며 물었다.

"아 밑져야 본전이라고 먹여서 낫기만 하면 대훈이 엄마 고생도 덜고 애들도 낫고 하는 거지! "

"아휴.. 그러게요..."


수소문해서 용하다는 한약도 먹여보고 침도 맞혀보았으나 아이들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여름에는 이불도 잘 마르고 가벼워 세탁이라도 쉬웠다. 한겨울의 이불 빨래는 정말 고역이었다.

고육지책으로 발가벗겨서 대문 앞에 쫓아내어 보기도 여러 번. 쫓겨날까 무서워서 자다가 소변이 마려우면 일어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엄마! 엉엉!! 문 열어주세요!! 엄마 안 그럴게요... 엄마!"

덜덜 떨면서 문을 두드리는 작은아들의 목소리에 불같이 일었던 미운 마음도 어느샌가 걱정으로 뒤바뀌어 결국에는 데리고 들어왔다. 다신 안 그런다고 타이르고 손가락 걸고 약속해도 순자도 아이들도 지켜지리라 믿지 않았다. 순자는 그때는 살기 팍팍해서 무조건 아이들 탓으로만 돌렸었다. 먼 훗날 나이가 들어 지난날을 돌아보어쩌면 무서운 아버지의 매질과 생활고에 바쁜 엄마의 부재에 아이들의 아픈 마음이 소변실수로 나타났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둘 다 중학교에 가서야 소변 실수가 완전히 없어져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철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창피한 걸 알아서인지 몰라도 순자는 그제야 한숨 덜었다.



막내 태영이는 의외로 크면서 그런 일로 애먹이지 않았다. 매일 혼나고 매 맞는 오빠들을 보면서 눈치 백 단이 되어서 알아서 척척 해내었다. 나이가 6살. 4살 터울이 지는 오빠들이 동네 친구들과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라도 하러 나가면 집에서 혼자 놀 때가 더 많은 아이였다. 국민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연탄불을 꺼뜨리면 엄마에게 혼날세라 혼자 번개탄을 피워서 불을 새로 지필 줄도 알았다. 누구보다 순자를 위하고 엄마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다. 순자가 매섭게 가르치기도 했지만 곧잘 해내었다.

처음에 태영이를 임신한 것을 알았을 때 순자는 더 이상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동네 병원부터 시내 병원까지 여러 군데 돌며 아이를 떼 달라고 부탁했으나 그때마다 거절당했었다.

"아지매, 대한민국이 전부다 아지매 땅이면 그때 오소! 내 수술해 드릴게... 지금은 절대 안 됩니다. 아지매 몸도 약해서 간당간당한 데다가 아 뗀다고 마취하면 뭔 일이 날줄 알고! 안됩니다! 안돼! 밥 좀 잘 챙겨 먹고 잘 품고 있다가 건강하게 낳으소!"

마지막으로 갔던 한 병원 할아버지 의사가 순자에게 말했다.

결국 그날로 아이를 떼길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십수 년이 지나도 그게 여태껏 순자가 한 결정 중에 제일 잘한 일이라고 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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