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 춤바람으로 술렁였다. 지르박, 부르스, 차차차, 장르마다 다른 춤을 부부들이 모여서 서로 알려주고 배웠다. 거실 한쪽에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놓여 있었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지르박이나 부르스였다. 마치 카바레 무대를 옮겨온 듯, 집 안은 무도장이 되었다.
카세트테이프에서 음악이 나오면 남녀가 한쌍씩 짝을 지어 손을 잡고 스텝을 밟았다. 남편이 이끄는 대로 아내가 발을 옮기며 빙글 돌 때마다 웃음소리와 함께 커피 향이 방 안에 흩어졌다.
마당에 윤기가 크게 만들어 놓은 평상 밑에서 소꿉장난을 하던 태영의 눈에 엄마 아빠의 즐거운 한때가 눈에 새겨졌다. 평소에는 바쁘게 일만 하던 어른들이 음악 속에서는 한없이 가볍고 젊은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삶의 고단함은 잠시 내려두고 다들 기분 좋은 한때를 만끽했다.
한 번씩 서너 커플이 모여 카바레를 다녀오기도 했는데 어린 태영은 뾰족구두를 신고 치마를 입고 나서는 순자의 모습이 예뻐 보였다. 마당 한편에 벗어놓은 순자의 뾰족구두를 신고 공주놀이를 하기도 했었다.
통장 부부와 동네 지인들도 와서 방 한쪽에 모두 일렬로 앉아서 윤기네 부부가 추는 춤을 보고 구경했다. 한곡이 끝나면 다른 부부들이 나와서 춤을 추고 모두 자기들의 차례를 기다리며 어떤 동작을 하는지 스텝은 어떻게 밟는지 서로 알려주기 바빴다. 유리병에 담긴 인스턴트커피, 프리마와 설탕을 각자의 취향대로 타서 간단한 다과와 함께 먹던 사람들은
“다음엔 우리 집에서 모입시다!”
라며 약속을 주고받았다. 집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그들만의 카바레가 열리고 또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