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그녀, 이나래 -14화
나래가 만난 가장 특별한 사람, 미나코.
그녀의 마음은 끝내 말해지지 못했다.
나래가 홋카이도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특별했던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오다가와 미나코였다.
오다가와 미나코는 서른네 살의 이혼녀였다.
아오모리 출신인 그녀는 후카가와 중앙병원 원장님의 처제이자,
노인 복지병원의 이사로 일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에게는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이 있었다.
"성격 차이였어"
이혼 이유를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그게 전부였다.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선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나코는 눈처럼 하얀 피부에 동그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쌍꺼풀이 짙은 아몬드형 눈, 자존심을 상징하듯 높게 솟은 콧대, 그리고 야무지게 다문 입술까지. 항상 몸에 명품을 지니고 다니는 그녀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 보였다.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루이비통이었고, 콘서트를 따라다닐 만큼 좋아했던 밴드는 X-Japan이었다.
열정적이면서 우아한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뜨거운 여성이었다.
나래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5월 둘째 주 나래가 중앙병원에서
한국어 강좌를 처음 맡게 된 날이었다.
"한국 여행을 너무나 좋아해요 한국에 벌써 2번이나 다녀왔어요."
수업에 참여한 이유를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나래는 나중에 알게 됐다.
그녀가 한국어를 배우려 한 진짜 이유, 그 중심에는 소에다 쇼이치가 있었다.
그리고 미나코의 언니, 아쯔코 씨는 전형적인 일본 중년 여성이었다.
차분하고 기품 있으며, 언제나 정좌로 앉아 손님을 맞이했다.
나래가 원장님 댁을 방문할 때면 현관까지 나와 정중하게 인사를 해주었다. 그 모습은 늘 한결같았다.
언젠가 나래는 오오니시 원장님께 물어본 적이 있었다.
"사모님 어디가 좋으셨어요?"
그때 돌아온 대답은
"우아함과 아름다움."
정말, 그녀에게 딱 맞는 옷을 입혀준 말이었다.
아쯔코 씨와 미나코는 무려 18살 차이였다.
그래서 어떤 날엔 언니라기보다 어머니 같아 보이기도 했다.
미나코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그 뒤로 언니가 거의 어머니처럼 그녀를 돌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엔, 그 둘의 관계가 더욱 이해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미안함과 책임감이 그녀를 일찍 결혼이라는 길로 이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선택은 너무 일렀고, 설익은 감을 먹었을 때처럼 배탈이 나듯,
그녀는 1년 만에 이혼을 했다.
미나코는 나래에게 누구보다 먼저 다가왔다.
중앙병원에서 열린 첫 수업 날, 나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같이 밥 먹으러 가지 않을래요?"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준 것도 그녀였다.
언제나 부족한 것을 먼저 알아채고 챙겨주었고,
언제부턴가 미나코는 나래에게 다정한 언니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혼자라는 기분이 들지 않게 해주는 사람.
그런데 나래는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자신감 넘치고 당당했던 미나코가, 단 한 사람 앞에서만 수줍음을 보인다는 걸.
그 사람이 바로, 나래에게 한없이 다정한 소에다 쇼이치였다는 것을 말이다.
유독 소에다 앞에서는 말끝을 흐리고, 눈을 맞추지 못하고, 작게 웃었다.
마치 스무 살 소녀처럼.
매주 수요일, 한국어 수업이 끝나면 소에다는 늘 나래와 저녁을 먹었다.
처음엔 소에다와 둘이 가는 것이 어색한 나래가 미나코도 함께 불렀지만,
소에다는 미나코와 함께 가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나래는 그의 반응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래의 눈에는 소에다와 미나코가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처럼 보였지만,
소에다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소에다에게 미나코는 편한 존재가 아니었다.
병원 원장님의 처제라는 것도 부담이었고, 자신의 과거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소에다에게 미나코는 '무거운 사람'이었다.
반면, 나래는 소에다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티 없이 맑고, 밝고, 부담 없는 존재였다.
소에다는 그런 나래에게 서서히 끌리고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나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소에다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은 미나코였다.
이번 화에서 오다가와 미나코라는 인물을 자세히 다룬 이유는,
그녀가 저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유학 시절, 저보다 14살이나 많았던 미나코짱은
정말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는 멋진 분이었고,
말 그대로 '골드미스의 표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언젠가는 꼭 미나코를 한 편에 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소설이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일부 픽션이 섞여 있습니다. ^^
오늘도 제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이 계셔서 참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미지가 미나코의 미모를 못 따라가서 아쉽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