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그녀, 이나래』
-첫 만남의 설렘과 긴장

하얀 눈과 떨리는 일본어, 그날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by 파랑몽상

회색빛 하늘 아래,
신치토세 공항의 자동문이 열렸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나래의 뺨을 스쳤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나래의 목소리는 조그맣게 떨렸다.
평소 같으면 자신 있었을 일본어가,
긴장 탓에 혀끝에서 맴돌기만 했다.


전형적인 일본 중년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진한 눈썹, 단정한 수염,
조금은 삐뚤빼뚤한 앞니.

그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래 씨, 일본어는 하실 수 있으신가요?”

나래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네. 도쿄에서 6개월간 어학연수를 했고…
대학교에선 2년간 일본어를 전공했습니다.”

그의 얼굴에 환한 빛이 스쳤다.

“아, 다행입니다!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나카모토 나오키라고 합니다.

학교 교무과장입니다. 일본어를 못하는

분이면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떨려서 그런가? 아니면 이 분의 말의 속도가

빨라서 그런가?… 일본어가 반밖에 안 들리네…’

나래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나오키 과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
나래의 커다란 이민 가방을 양손으로 끌기 시작했다.

“제가 들고 가겠습니다. 오시는데 힘들었죠?
차가 조금 멀리 주차되어 있어요.”


그때 다가온 또 한 사람,
둥근 안경을 쓰고 커다란 눈에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한 학교 관계자였다.

“오카모토라고 합니다. 대학교에서 교수를

하고 있어요. 아마 나래씨를 만날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홋카이도에 오신 걸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제 말 속도 정도면 괜찮으세요?”

“…네.”

나래는 거의 들릴 듯 말 듯,
간신히 대답했다.


주차장에 도착한 나래는
또 한 번 실수하고 말았다.

한국식으로 오른쪽 문을 열었는데…
그곳은 바로 운전석.

“아, 죄송합니다!”

얼굴이 붉어졌지만
두 사람은 부드럽게 웃으며 넘겼다.

“한국은 운전석이 왼쪽에 있나요?

와!! 신기하네요. 나래씨! 뒷좌석에 타세요.
홋카이도는 눈이 많아서, 앞 좌석은 위험할 수 있거든요.”


나래는 발에 묻은 눈을

털어 내고 뒷좌석에 올랐다.
그제야 주위가 눈에 들어왔다.

눈 왕국! 홋카이도!

그 명성에 어울리게

도로 양옆으로 2미터가 넘는 눈벽이 서 있었고,
온 세상이 하얀 생크림처럼 덮여 있었다.

‘이게… 현실이 맞을까?’

나래는 숨을 삼켰다.
이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차는 미끄러지듯 고속도로를 달렸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하얀 눈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창밖 풍경은 점점 더 동화처럼 변해갔다.
마을마다 크리스마스 카드 속 장면처럼

지붕 위에 눈이 솜사탕처럼 얹혀져 있었다.


나오키는 백러 나래를 보더니

한층 긴장감이 풀린 목소리로

"나래씨는 어떤 것에 관심이

있어서 저희 학교로 유학까지 오게

되었습니까?"

그의 눈빛에는 나래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저희 부모님이 한국에서 농사를 짓고

계세요. 그래서 저도 유기농법을

배우고 싶어서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겨우 겨우 아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힘겹게

대답을 했다.

"저희 대학이 농업 전문 대학인거 아시죠?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오카모토 교수님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학교 수업에 대해서 말해 주었지만

나래의 귀에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두 시간쯤 달렸을까.
후카가와 타쿠쇼쿠 단기대학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눈으로 덮인 캠퍼스는
마치 작은 궁전 같았다.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나오키 씨는 큰소리로

“이쪽은 우리 학교 최초의 한국인 유학생,

이나래 씨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려움, 설렘, 기대…
낯선 땅에서의 첫 시작.

이제, 그녀의 일본 홋카이도에서의 유학생활이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 작가의 말

이번 화에서는 나래가 홋카이도에 도착해,
처음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던 순간을 그렸어요.

누구나 처음엔 떨리죠.
저도 지금도 가끔,
발걸음조차 떨어지지 않던 그날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해요.

여러분도 그런 기억, 있으신가요?

너무나 낯설고,
두려워서 온몸이 떨리던…
그런 순간 말이에요.


다음화:학교에서 구해준 아파트로 향한 나래.
하지만 낯선 집, 넓은 공간, 혼자라는 현실 앞에서
그녀는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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