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그곳에서 살 수 있을까?
“나래 씨, 숙소 건은 걱정 마세요. 학교에서 이미 좋은 곳을 구해뒀답니다.”
나오키 과장의 말에 나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집 문제가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그래서 홋카이도에 오기 한 달 전에 학교 측에 집을 구해달라고 부탁해 둔 상태였다.
혹시나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미 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니까 등교도 문제없을 거고요.
월세는 4만 엔으로 아주 좋은 2LDK를 구했어요. 방도 넓고 아주 깔끔한 집입니다.”
“네…?”
나래의 눈이 커졌다.
4만 엔이라니, 한국 돈으로 약 40만 원.
처음 계획했던 금액보다 확실히 비쌌다.
하지만 능숙하지 않은 일본어로는 다른 집을 구해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한 달에 4만 엔인 거죠?”
“네. 혼자 살기에 충분히 괜찮은 집이에요. 그럼 바로 집으로 가볼까요?”
나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오키 과장을 따라나섰다.
창밖 풍경은 여전히 낯설었다.
수북이 쌓인 눈과 미끄러운 길 위를 능숙하게 걷는 사람들.
거인의 발처럼 커다란 장화를 신고 눈 위에 성큼성큼 발도장을 찍는 모습.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까지—모든 것이 이국적이었다.
그러나 나래의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4만 엔... 한 달에 20만 원을 더 써야 해.
지금 가진 돈으로는 겨우 3개월밖에 못 버티는데…’
지갑을 만지작거리며 나래는 입술을 앙 다물었다.
일본어도 능숙하지 않은 지금,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머릿속은 끝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듯 복잡해졌다.
“저기 보이는 회색 건물이에요.”
3층짜리 아파트 앞에서 차가 멈췄다.
깔끔한 외관, 아담한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2층 202호예요. 엘리베이터는 없어요.”
계단을 올라가 문 앞에 선 나래는,
나오키 과장이 건넨 열쇠를 받아 조심스레 문고리에 꽂았다.
‘달칵.’
현관문이 열리자 따뜻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넓직한 거실, 아늑한 방 두 개, 작은 욕실과 세면대, 아담한 부엌.
가구는 없었지만, 기본적인 시설은 모두 갖춰져 있었다.
“우와...”
입에서 저절로 감탄이 새어 나왔다.
아직 난방기를 켜지 않았지만, 햇살 덕분에 방 안은 포근하게 느껴졌다.
“마음에 드시죠?”
“아, 네. 정말 훌륭한 방이에요.”
“그럼, 내일 입학식에서 뵐게요.
오늘은 오시느라 수고했으니 천천히 쉬세요.”
나오키 과장은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방 안엔 끝없는 정적이 흘렀다.
나래는 거실 한가운데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렇게 넓은 집에서 나 혼자 살 수 있을까?’
작은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주머니에는 부모님께 받아 온 15만엔이 전부.
방세, 생활비, 관리비, 핸드폰 요금까지 생각하니 눈앞이 어두워졌다.
"나는 분명히 2만 엔짜리 방을
구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6시가 넘자 바깥은 이미 밤처럼 어두워졌고,
가방 두 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래는 한숨을 쉬면서 털썩하고 방바닥에 몸을 눕혔다.
순간, 창밖에 솜처럼 부드러운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계절 속에서 이상하게 따뜻하게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내일은 다시 얘기해보자.얘기하면 되지. 이 집은
너무나 비싸다고 사전을 찾아 단어를 외우고,
어떻게든 얘기하면 내 마음이 잘 전달되겠지?’
이 집은 나래에게 너무나 과분했다.
낯선 공간에서의 첫날 밤—
나래는 설렘과 긴장,
그리고 알 수 없는 외로움으로 쉽게 잠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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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살아가며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맞닥뜨린 순간, 누구에게나 있죠.
오늘의 나래도 그 경계 위에 서 있습니다.
낯선 땅, 낯선 언어, 낯선 집.
그곳에서 흘리는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를 내기 위한 준비일지 몰라요.
– 파랑몽상